김 씨는 "처음엔 아내와 공동으로 쓰는 생활비를 대폭 줄여 강아지 생활비로 책정했지만 그래도 사룟값에 여러 생필품을 사려면 생활이 빠듯하다"며 "강아지 사료를 질 좋은 국내산으로 대체하고 간식은 직접 만드는 등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기록적 물가 상승이 반려동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료에 들어가는 돈이 부담되는 주인들이 좀 더 값 싼 사료로 대체하거나 반려동물용 장난감, 밥그릇, 침대 같은 비필수 용품을 점점 덜 사는 추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유명 글로벌 반려동물 사료업체 로얄캐닌은 반려묘와 반려견 사료, 간식 등 일부 제품 가격을 10% 안팎 올렸다. 원재료비와 물류비를 비롯해 포장, 생산비 등의 전반적 원가 상승을 감내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다른 해외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인 힐스도 이달 일부 사료 제품 가격을 10%가량 인상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7월 국내 대표 반려동물 사료업체 하림펫푸드도 '밥이보약' 라인 사료 가격을 최소 8.4%에서 최대 18%까지 인상했다. 국내 사료 브랜드 '펫후'와 '내추럴발란스코리아'도 올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반려동물 사료도 고물가 여파를 받아 '펫플레이션(펫+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 3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59.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도 비슷한 흐름이다. 곡물 수입단가지수가 뛰어 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제곡물 11월호’를 보면 올해 4분기 지수는 185.2로 전망된다. 지난해 1분기 사료용 곡물 수입 단가지수는 99.8로 이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지출 습관을 바꿨다.
식품·에너지 같은 필수 비용이 뛰자 전자제품·의류 등 비필수품 구매를 줄이는 것처럼 반려동물 관련 소비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한 반려동물 용품 수입업체 관계자는 "반려동물 사료 판매량은 크게 변화가 없는데 장난감이나 옷 같은 자주 교체할 필요가 없는 제품 위주로 수요가 줄고 있다"며 "값 싼 중고제품으로 대체하거나 기존에 구매한 것을 계속 쓰는 등 새제품을 잘 사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반려동물 입양이 증가하고 동물 유기 건수가 감소했었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최근 물가도 뛰면서 생활비가 빠듯해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려동물 식비나 의료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자칫 반려동물 유기가 늘어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