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애플카 기대로 LG전자에 물린 개미들, 전장사업이 구세주 될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우리도 LG 스타일러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고 대표님께 보고를 드려야하는데, 경쟁사가 먼저 시작한 걸 따라하자고 말씀드리면 말을 꺼내자마자 무조건 화부터 내시니 고민입니다…저희도 안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넋을 놓고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자나요…" 수년 전 한 삼성전자 가전 담당 고위 임원이 사석에서 기자에게 한 얘기입니다. LG전자를 따라하자니 자존심이 상하지만 실무 책임자 입장에서 이미 의류관리기기 시장을 장악해버린 '스타일러'의 독주를 가만두고만 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결국 삼성전자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뒤늦게 '에어드레서'라는 제품을 내놓았죠. 아마 당시 대표도 대세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QLED TV로 인해 벌어졌던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자존심 싸움도 비슷한 맥락이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LG전자의 OLED TV가 장악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맞불을 놓기 위해 세계 최초로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를 출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습니다. '프리미엄 TV=LG'라는 기존 이미지를 깨기 위함이었죠.(물론 LG전자는 삼성의 QLED TV가 해당 기술이 접목되지 않은 허위 과장 광고 제품이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하며 양사 간 공방이 이어졌고 이후 신고 철회로 일단락됐습니다. 당시 LG전자는 삼성 QLED TV가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임에도 자발광 기술을 의미하는 QLED라는 표현을 써 소비자를 기만한다고 주장했고, 삼성 측은 자사의 QLED TV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비방을 했다며 LG전자를 신고했습니다.) 두 사례에서 보듯 LG전자는 가전 시장에서 수많은 혁신을 이뤄냈습니다. 삼성전자조차도 자존심을 버리고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말이죠. 실제 LG는 스타일러, OLED TV를 비롯해 세탁기, 건조기, 청소기 등 프리미엄 가전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프리미엄 가전 판매가 늘면서 LG전자 가전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10% 육박했고 해당 부문에서 세계 1위 영업이익률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가전 이외에 새로운 먹거리였습니다. 골칫거리였던 스마트폰 사업을 고통을 감수하며 도려냈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한 전장사업에서 좀처럼 흑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LG전자가 애플카 생산 파트너로 거론되며 주가가 급등했던 것 역시 LG전자의 새로운 성과를 너무나 기대하고 있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은 일리가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최근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던 전장사업에서 이익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올 3분기 9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2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죠. 매출 역시 분기 사상 최대인 2조345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6% 급증했습니다. 소비 둔화로 인해 상승세가 꺾인 가전사업을 대신해서 전장사업이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LG전자를 새삼 다시 주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투자업계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가전 왕국을 일궈낸 LG전자가 전장사업을 통해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5.1% 증가했습니다. 자만 작년 3분기에 영업이익(5407억원)이 미국 GM 전기차 리콜 충당금(4800억원)을 반영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익이 줄어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TV를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부는 글로벌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소비는 줄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결과입니다. 매출 역시 전년동기대비 11.2% 하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특수로 새 가전이 불티나게 팔린만큼 당분간 실적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스마트 모니터, 태블릿 등 대체재가 늘면서 절대적인 TV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신 만년 기대주 전장사업이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전장(VS) 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5.6% 증가한 2조345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차량용 통신 및 멀티미디어, 전기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는 파트입니다.
자라나는 전장사업이 향후 LG전자를 먹여 살릴 주인공이 될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관삼꺼리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된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LG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느냐 관건이죠.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연말 기준 수주잔고 80조원 확보가 예상됨에 따라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눈높이 상향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복합 모듈화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LG마그나 e-Powertrain의 가파른 성장세 ▲IRA 법안에 의한 멕시코 공장의 수주 확대 등이 예상됨 2023년부터 분기 기준 1000억원이 넘는 흑자 기조를 지속할 전망된다는 설명입니다. 향후 전장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투자자들이 LG전자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LG전자는 실제 미국 알테어와 손을 잡고 디지털 전환(DX)을 자동차 부품 개발과정에 도입해 제품 품질 고도화에 나섰다. 알테어는 1985년 미국에 설립된 기업이다. 시뮬레이션, 고성능컴퓨팅, AI 등 기술을 기반으로 맞춤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LG전자의 현재 낙폭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까지 떨어진 만큼 낙폭과대 매력이 있는 종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장사업의 성장 속도에 따라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증권 역시 "가전 부문 이익 피크 아웃 우려로 주가가 2021년 1월 고점 대비 약 50% 급락한 상태"라며 "올 2분기 VS사업부 흑자 전환 후 향후 전장 부문 이익 기여 확대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주가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전 사업의 향후 실적에 따라 주가가 한동안 큰 반등을 이뤄내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장 사업의 성장과 자회사인 LG이노텍의 호실적이 긍정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당분간 실적 하락세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며 "소비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서 TV, 가전 실적이 저조할 경우 박스권이 상당 기간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현 주가가 이미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볼만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삼성전자가 출시한 QLED TV로 인해 벌어졌던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자존심 싸움도 비슷한 맥락이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LG전자의 OLED TV가 장악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맞불을 놓기 위해 세계 최초로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를 출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습니다. '프리미엄 TV=LG'라는 기존 이미지를 깨기 위함이었죠.(물론 LG전자는 삼성의 QLED TV가 해당 기술이 접목되지 않은 허위 과장 광고 제품이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하며 양사 간 공방이 이어졌고 이후 신고 철회로 일단락됐습니다. 당시 LG전자는 삼성 QLED TV가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임에도 자발광 기술을 의미하는 QLED라는 표현을 써 소비자를 기만한다고 주장했고, 삼성 측은 자사의 QLED TV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비방을 했다며 LG전자를 신고했습니다.) 두 사례에서 보듯 LG전자는 가전 시장에서 수많은 혁신을 이뤄냈습니다. 삼성전자조차도 자존심을 버리고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말이죠. 실제 LG는 스타일러, OLED TV를 비롯해 세탁기, 건조기, 청소기 등 프리미엄 가전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프리미엄 가전 판매가 늘면서 LG전자 가전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10% 육박했고 해당 부문에서 세계 1위 영업이익률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가전 이외에 새로운 먹거리였습니다. 골칫거리였던 스마트폰 사업을 고통을 감수하며 도려냈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한 전장사업에서 좀처럼 흑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LG전자가 애플카 생산 파트너로 거론되며 주가가 급등했던 것 역시 LG전자의 새로운 성과를 너무나 기대하고 있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은 일리가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최근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던 전장사업에서 이익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올 3분기 9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2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죠. 매출 역시 분기 사상 최대인 2조345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6% 급증했습니다. 소비 둔화로 인해 상승세가 꺾인 가전사업을 대신해서 전장사업이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LG전자를 새삼 다시 주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투자업계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가전 왕국을 일궈낸 LG전자가 전장사업을 통해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희망을 쏘아올린 전장사업
LG전자는 올 3분기 매출 21조1768억원, 영업이익 7466억원을 거뒀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4.1% 늘어나며 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습니다. 기존 분기 최대 매출은 올해 1분기(20조9690억원)였습니다.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5.1% 증가했습니다. 자만 작년 3분기에 영업이익(5407억원)이 미국 GM 전기차 리콜 충당금(4800억원)을 반영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익이 줄어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TV를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부는 글로벌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소비는 줄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결과입니다. 매출 역시 전년동기대비 11.2% 하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특수로 새 가전이 불티나게 팔린만큼 당분간 실적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스마트 모니터, 태블릿 등 대체재가 늘면서 절대적인 TV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신 만년 기대주 전장사업이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전장(VS) 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5.6% 증가한 2조345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차량용 통신 및 멀티미디어, 전기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는 파트입니다.
자라나는 전장사업이 향후 LG전자를 먹여 살릴 주인공이 될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관삼꺼리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된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LG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느냐 관건이죠.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연말 기준 수주잔고 80조원 확보가 예상됨에 따라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눈높이 상향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복합 모듈화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LG마그나 e-Powertrain의 가파른 성장세 ▲IRA 법안에 의한 멕시코 공장의 수주 확대 등이 예상됨 2023년부터 분기 기준 1000억원이 넘는 흑자 기조를 지속할 전망된다는 설명입니다. 향후 전장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투자자들이 LG전자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LG전자는 실제 미국 알테어와 손을 잡고 디지털 전환(DX)을 자동차 부품 개발과정에 도입해 제품 품질 고도화에 나섰다. 알테어는 1985년 미국에 설립된 기업이다. 시뮬레이션, 고성능컴퓨팅, AI 등 기술을 기반으로 맞춤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애플카' 탓에 물린 개미들, 탈출 가능할까?
문제는 지지부진한 주가입니다. 주력 사업인 가전 매출이 둔화되면서 주가는 현재 급락한 상태입니다. 애플카 협업 소식에 급등한 LG전자에 올라탄 개미들에게 지옥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연초 15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현재 9만3000원대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연고점 대비 40%가량 하락했습니다. 애플카를 등에업고 20만원까지 육박했던 2021년 초와 비교하면 50% 넘게 주가가 폭락한 상황입니다.전문가들은 LG전자의 현재 낙폭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까지 떨어진 만큼 낙폭과대 매력이 있는 종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장사업의 성장 속도에 따라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증권 역시 "가전 부문 이익 피크 아웃 우려로 주가가 2021년 1월 고점 대비 약 50% 급락한 상태"라며 "올 2분기 VS사업부 흑자 전환 후 향후 전장 부문 이익 기여 확대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주가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전 사업의 향후 실적에 따라 주가가 한동안 큰 반등을 이뤄내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장 사업의 성장과 자회사인 LG이노텍의 호실적이 긍정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당분간 실적 하락세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며 "소비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서 TV, 가전 실적이 저조할 경우 박스권이 상당 기간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현 주가가 이미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볼만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