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 도로 운영권 반납하면 대출 잔금 대전시가 떠안아

레고랜드 사태처럼 자칫하다가 채무 보증을 선 대전시가 거액의 대출 원금을 떠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천변고속도로 운영사인 '대전천변도시고속화도로'(DRECL)에 대한 채무 보증 잔액이 1천400억원으로 파악됐다.
천변도로 운영을 맡은 DRECL 측이 그동안 대전시가 지급 보증한 대출금은 한 푼도 갚지 않아, 2004년 도로 개통 당시 존재했던 보증 대출금 1천400억원이 19년이 흐른 현재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DRECL 측은 1999년 도로 건설사업을 추진할 때 금융권에서 엔화 130억엔(원화 환산 1천400억원) 가량을 빌려 사업자금으로 조달했다.
당시 대전시가 금융권에 상환 보증을 해줬다.
DRECL은 도로 통행료 수입으로 대출 원금을 갚고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2031년까지 도로 운영권을 획득했다.
2032년이 되면 도로 운영권은 대전시로 넘어온다.
DRECL이 갚지 못한 대출금 잔액도 함께 떠안아야 한다.
양 측은 교통량 부족 등으로 수입이 현저히 적으면 도로 운영사가 내야 할 금융채무를 대전시가 대신 지급하도록 계약(대위변제의무) 했다.
이 때문에 DRECL 측이 갚지 않은 대출 잔금은 모두 시민 혈세로 갚아야 할 상황이 된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노예계약'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전시는 당시 사업 추진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해왔다.
DRECL 측은 19년간 대전시 보증 채무는 한 푼도 갚지 않았지만, 지급 보증이 없는 대출금 239억원은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DRECL 관계자는 "대전시가 지급 보증을 한 채무는 이자가 낮은 채권이었다"며 "채권은 중도 상환이 어렵기도 하지만, 이자율이 높은 대출금부터 먼저 갚다 보니 보증 채무를 갚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RECL 대출금 상환계획에 따르면 2032년 대전시가 갚아야 할 대출 잔금은 999억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DRECL 측과 대전시가 맺은 계약서상에 명확한 연간 상환 금액·규정 등이 없다 보니 실제 상환 규모는 장담할 수 없다.
대전시가 2018년(통행료 800원) 추산한 2032년 예상 대출 잔금은 840억원이었지만, 4년이 지나서 추산한 대출금 잔액은 999억원으로 증가했다.
주변에 신세계백화점 등의 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서고, 세종시 영향으로 교통량이 증가했지만, 떠안아야 하는 대출 잔금은 오히려 늘어났다.
대전시 관계자는 "앞으로 대전시가 지급 보증을 한 대출 원금을 착실히 갚아 나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며 "가능하다면 통행료 수입의 일정 비율을 대출금으로 갚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구와 대덕구를 잇는 갑천변을 따라 들어선 천변도시고속화도로는 대전 지역 첫 유료도로다.
왕복 6차로에 총연장 4.9㎞ 규모로, 민자 1천640억원 가량, 시비 173억원 등 1천818억원을 들여 2004년 개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