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안위서 의혹 제기…박희영 "축제 초청받은 것, 공무였다" 해명
"현장 파견 구청 직원에게서 보고 못받아…참사 책임 회피 않겠다"
[이태원 참사] "용산구청장, 의령 출장 개인용무 아니냐" 추궁(종합2보)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 용산구청 직원들이 현장에 파견돼 있었지만,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는 아무런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고가 난 것을 언제 보고 받았냐"는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의 질문에 "주민에게 오후 10시 51분에 문자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현장에 공무원이 아무도 안 나갔냐"고 물었고, 박 구청장은 "배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구청 공무원들에게 보고를 못 받았냐"고 다시 한번 묻자 박 구청장은 "못 받았다"고 인정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열린 용산구청 긴급 대책회의를 부구청장이 주재한 이유를 물은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의 질의에는 "저는 취임 4개월 차 구청장"이라며 부구청장이 주재하겠다고, 관례대로 하겠다고 해서…"라고 밝혔다.

주민 야유회, 바자회에 참석하느라 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는 "야유회는 아침이고 바자회는 점심이어서 딴 행사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면밀하지 못한 부분은 있었다"며 적절하게 판단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박 구청장은 또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면서도 구청장직에서 사퇴할 뜻은 없음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박 구청장은 현재 심경을 묻는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 질문에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애통함과 무거운 책임감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현장에 도착해서 긴급 구조활동을 벌이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드릴까 염려해 언론의 질문에 답변도 드리지 못했다.

죄인의 심정"이라며 "구청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진상 규명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조 의원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박 구청장은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구청장의 무한한 책임 면에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 의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박 구청장은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마음의 책임"이라고만 답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오전 경남 의령으로 출장을 간 게 개인적 용무 때문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용산구는 의령 출장과 관련해 연합뉴스에 "자매도시인 의령군에서 축제가 있었고 초청 공문을 받아 다녀온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초대를 받았으나 취임 후 바쁜 일정으로 응하지 못하다 당일 주말을 맞다 다녀왔다는 취지다.

의령은 박 구청장의 고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용 의원은 박 구청장이 집안일, 시제가 있어 의령에 간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실관계를 추궁했다.

용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당일 오전 6시께 용산을 출발해 오전 11시에 의령에 도착했다.

이어 오후 2시께 의령군수를 만나 10분 정도 짧게 티타임을 했다.

이어 오후 4시께 의령을 출발해 오후 8시 20분께 용산에 도착했다.

용 의원은 박 구청장의 이러한 행적을 공개하면서 "집안일 때문에 의령에 갔다가 (간 김에) 군수하고 티타임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사실이 아니다.

약속 시간을 먼저 잡고 내려갔다"며 개인 업무가 아닌 공무였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사(축제)에 참석하지는 않고 면담만 하고 왔다"고 해명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박 구청장이 사고를 예방하거나 사고 발생 후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보고 그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