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질런트 스톰 대응해 화성-15·지대공미사일·초대형방사포 등 공개
EMP·확산탄 탑재 추정 미사일도…북한 주장 불일치 많아 기만전술인듯
北, 울산앞 공해상에 전략순항미사일 쐈나…군 "사실과 달라"
북한군 총참모부는 7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군사작전을 진행했다면서 일자별로 발사된 무기와 타격 목표 등의 내용을 자세히 공개했다.

비질런트 스톰은 지난 31일부터 시작해 이달 5일 종료됐다.

애초 4일 끝날 예정이었으나 북한 도발에 대응해 하루 연장됐으며 막판에 미군 B-1B 전략폭격기 2대가 참여했다.

북한군이 이날 공개한 작전 내용과 사진을 보면 남한과 미국을 모두 겨냥하는 무기가 집중적으로 동원됐다.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철도 기동형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순항미사일, 스커드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신형전술유도무기 등이 망라됐다.

확산탄(분산탄)과 지하관통탄을 탑재한 전술탄도미사일도 4발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 울산 앞 공해상에 전략순항미사일 2발 발사?…합참 "사실 아냐"
북한군은 함경북도 지역에서 590.5㎞ 사거리로 울산 앞 80㎞ 부근 공해상에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탄착 지점의 위도와 경도 좌표까지 제시했다.

북한군은 "2일(작전 1일차) 오후 적들이 남조선 '령해' 가까이에 우리(북)의 미싸일이 락탄되였다고 주장하며 공중대지상유도탄과 활공유도폭탄으로 우리측 공해상에 대응사격하는 망동을 부린것과 관련하여 보복 타격을 하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일 북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미사일을 발사했고, 우리 군이 F-15K와 KF-16 전투기를 동원해 슬램-ER 공대지미사일과 스파이스 2000 유도폭탄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 낙탄지역과 상응한 거리'의 해상에 정밀 사격한 상황을 말한다.

당시 합참은 북한 탄도미사일이 NLL 이남 공해상에 낙탄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주장은 당시 합참 발표에는 없는 내용이다.

이에 우리 군은 북한군의 이런 공개적인 주장이 거짓이라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 감시·정찰 자산의 탐지 및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우리 군에 포착된 순항미사일은 없다"고 말했다.

北, 울산앞 공해상에 전략순항미사일 쐈나…군 "사실과 달라"
◇ EMP 발생 탄두 탑재 미사일 쐈나?
북한군은 전자기펄스(EMP) 시험으로 추정되는 미사일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총참모부는 "작전 2일차(지난 3일) 국방과학원의 요구에 따라 적의 작전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전투부의 동작믿음성 검증을 위한 중요한 탄도미싸일시험발사를 진행하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작전지휘체계는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C41) 체계를 말한다.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일정 고도에서 폭발시키면 강력한 EMP가 발생해 지상 지휘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도 60~70km 높이에서 핵무기가 폭발할 경우 한반도 남한 영역이 고고도전자기펄스(HEMP) 영향 반경에, 고도 400km에서 핵폭발 시 미국 동쪽과 서쪽 국경이 모두 HEMP 영향 반경에 들어간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직전 '수소탄' 탄두라고 주장하는 물체의 사진 3장을 공개하면서 "우리의 수소탄은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 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전투부"라고 주장하며 EMP 위협을 부각하기도 했다.

북한의 EMP 발생 미사일 시험발사 주장도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 3일 평양 순안 일대서 발사한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최고 고도 약 1천920㎞, 비행거리 760㎞, 최고 속도 약 마하 15(음속 15배)로 탐지됐다.

발사 후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는 각각 성공적으로 분리됐지만, 이후 탄두부가 비행하던 중 추력이 약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합참은 당시 북한이 쏜 ICBM을 '화성-17형'으로 분석했으나 북한은 이날 탄두가 변형된 '화성-15형'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북한은 "ICBM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화성-15형 추정 사진을 공개했다"면서 "ICBM 기만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사진만 공개하고 보도문에 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발사에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류 위원은 추정했다.

◇ 확산탄·지하관통탄 탑재 탄도미사일 발사
북한군은 지난 2일(작전 1일차)에는 "평안북도지역의 미싸일부대들로 적들의 공군기지타격을 모의하여 서해갑문앞 무인도를 목표로 산포탄전투부와 지하침투전투부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싸일 4발을 발사하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합참은 평안북도 정주시와 피현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발사한 미상 항적 4개를 포착했는데 분석 결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했다.

발사 사실은 일치하지만, 탄두부 탑재체는 확인되지 않는다.

특히 북한이 밝힌 '산포탄전투부'와 '지하침투전투부'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사일은 각각 분산탄과 지하관통탄으로 분석된다.

北, 울산앞 공해상에 전략순항미사일 쐈나…군 "사실과 달라"
◇ 북한 주장과 불일치 많아…기만전술 편듯
북한군은 지난 2일 오전과 오후 동·서해안 연선(접경)의 공군 반항공 미사일병부대들로 서로 다른 고도와 거리의 공중목표들을 소멸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하면서 23발의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류성엽 위원은 "북한 주장의 활동 규모가 달라 기만 가능성이 있다"면서 "S-400/500급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체계 사진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은 지난 4일 "적들의 연합공중훈련에 대한 대응 의지를 보여줄 목적으로 3시간 47분에 걸쳐 500대의 각종 전투기를 동원한 대규모적인 총전투출동작전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미가 비질런트 스톰에 동원한 전투기 240여 대의 2배가 넘는 수량이 동원됐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우리 군이 탐지한 것은 군용기 항적 180여 개로 나타나 실제 동원된 전투기는 180대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공개보도 일부 내용에는 과장이 보이고, 사진도 이번 작전 중 촬영한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군 총참모부의 오늘 보도는 나흘간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EMP탄, 지하관통탄, 순항미사일, 확산탄에다 전투기 총동원 등으로 대응했다는 주장"이라며 "연쇄 도발의 책임을 한미로 돌리면서 국방력을 과시하려는 대내외 선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