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밤 일어난 이태원 참사 이후 약 일주일.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종교계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부상자 그리고 큰 충격에 빠진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으려 마련된 자리다.천주교 서울대교구는 6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를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봉헌했다.정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지난 10월 29일 밤 이태원에서 발생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영혼들의 영원한 안식과 부상자들의 쾌유를 기원하며 이 미사를 봉헌한다”며 “큰 슬픔과 충격에 빠져 있을 유가족들에게도 위로 말씀을 드리며 하느님께서 깊은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수많은 무고한 이들, 특히 제대로 활짝 피어나기도 전에 젊은이들이 숨을 쉬지 못하고 죽어가는 순간을 떠올리면 얼마나 힘들고 두려웠을까 상상하는 것마저 마음이 아파 옵니다. 이 사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젊은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럽고 큰 책임을 느낍니다.”종교는 달라도 참사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은 하나다. 전날 서울 백석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예배'에는 개신교계 인사 등 500여명이 모였다.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교회봉사단이 함께 마련한 자리다.이날 예배는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그는 축도에 앞서 "이 나라에 사랑의 등불, 진리의 등불이 꺼지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사랑의 불길, 용서의 불길, 자유의 등불을 일으킬 수 있도록 대통령과 위정자들에게 지혜와 총명을 허락하시고, 울고 있는 백성들을 기억하고 참사로 서러움을 당한 이들을 어루만져 달라"고 했다. 극동방송은 앞서 3일 극동아트홀에서 ‘이태원 참사 기도회’를 개최하기도 했다.4일에는 대한불교조계종이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를 거행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기성세대들은 사회적 참사가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를 되뇌어 왔지만 그 약속을 또 지키지 못했다”며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지킬 수 있었던 생명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그는 “불교계는 한량없는 책임감으로 유명을 달리한 영가와 유가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사회적 책임을 함께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진우스님은 “이 땅에 남은 우리들은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미래, 이웃들이 함께 안전하게 웃을 수 있는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이런 우리의 다짐이 영가님들이 왕생극락을 발원하는 길임을 깨닫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일부 종교계 추모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참석했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첫 119 신고 시점이 애초 알려진 오후 10시15분이 아니라 이보다 3분 앞선 10시12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함께 사고 현장 대응을 맡았던 소방청의 당시 움직임도 시간대별로 공개되면서 적절한 대처가 이뤄졌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지난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오후 10시15분 전에 이태원 쪽에서 119에 신고된 것이 17건 나왔는데 사고 현장에서 신고된 것은 1건이고 나머지 신고 건은 그쪽 현장과는 상관없는 주변의 것”이라고 말했다.정부가 사고 발생 이후 줄곧 최초 119 신고가 오후 10시15분이었다고 설명했는데, 이보다 앞선 관련 신고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국장은 “내부적으로 이 부분은 신고 접수자가 (위험 여부 등을) 인지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는데 자세한 부분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공개한 ‘119 신고자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당일 오후 10시12분 이태원 제1동에서 접수된 신고에서 신고자는 “이태원…죠, 숨이…막혀가지고…OO아”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접수자가 “전화가 잘 안 들린다”고 하자 신고자는 “아…네”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고, 당국은 이 신고 내용을 ‘끊김’으로 종결 처리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오후 10시12분 신고에 대한 119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재난 대응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고 인지 시점이 늦어진 것도 여전히 의문이다. 당일 오후 10시48분 소방청으로부터 상황을 접수한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상황담당관은 10시57분 행안부 일부 직원에게 1단계 긴급문자를 발송했고, 소방 대응 2단계 보고를 받은 뒤 11시19분에는 2단계 긴급문자를 발송했다. 2단계 문자의 수신 대상에 장관 비서진이 포함돼 있어 이상민 장관은 11시20분에야 비서관을 통해 사고를 인지했다.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임재 당시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차량 이용을 고집하다 도보 10분 거리를 이동하는 데 약 한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확인됐다.사고 발생 40분이 지나 사고현장 인근에 도착한 후 뒷짐을 진 채 느긋하게 파출소로 향하는 모습도 CCTV에 찍혀 논란이 되고 있다.6일 연합뉴스TV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삼각지역 인근 집회 현장에 나갔다가 사고 발생 50여분 전인 오후 9시24분쯤 용산서 인근 식당에 도착했다.이 전 서장은 오후 9시47분쯤 식사를 마친 뒤 관용차량을 타고 이태원으로 출발했다. 이 전 서장은 10분 뒤인 10시쯤 녹사평역 근처에 도착했으나 교통정체로 이태원 현장에 진입할 수 없었다.이 전 서장은 여러 우회도로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진입할 수 없었고, 오후 10시55분에서 11시1분 사이 참사 현장 근처인 앤틱가구거리에서 하차해 걸어서 이태원 파출소까지 이동했다.녹사평역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인 이태원역까지 이동하기 위해 차량 안에서 1시간가량을 소요한 셈이다.연합뉴스TV가 공개한 CCTV 영상을 보면 오후 10시59분 한 무리의 인파가 앤틱가구거리를 지나고 있었고, 그 뒤로 걸음을 옮기는 이 전 서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이 전 서장은 이날 오후 11시5분경에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고 이후 3층 옥상으로 올라가 현장을 보며 사고 대응 지시를 내렸다.이와 관련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 전 서장이 당일 행적을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참사 당일 상황이 담긴 용산경찰서 상황보고서에는 이 전 서장이 사고 발생 5분 뒤인 오후 10시20분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고 적혀있다.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