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포츠다. 마치 잡초와 같다." (워싱턴포스트)

미국에서 '피클볼(pickleball)'이 새로운 '국민 스포츠'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에서 테니스, 골프 등이 인기를 끌었다면, 미국에선 피클볼이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피클볼 인구는 미국에서만 480만 명(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미국프로농구(NBA)의 르브론 제임스, 미국프로풋볼(NFL)의 톰 브래디 등 슈퍼스타들이 피클볼 구단주로 뛰어들었을 정도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 CN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최근 미국에선 피클볼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배우기 쉽고 접근성이 좋아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는 평가다. 관련 산업도 팽창하고 있다.

피클볼은 탁구채를 닮은 '패들(paddle)'로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 공을 쳐서 네트 건너편 상대 진영에 넘기는 구기 종목이다. 패들의 크기는 테니스 라켓 보다 작고 탁구채 보다는 크다. 플라스틱 공은 테니스 공을 닮았지만 무게는 가볍다.

경기는 배드민턴 코트 크기에서 단·복식으로 이뤄진다. 세트당 11점을 먼저 획득한 팀이 승리한다. 양측이 모두 10점을 냈을 경우 듀스 규칙을 통해 2점 차이가 먼저 나는 팀이 이기게 된다.

피클볼은 6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스포츠다. 1965년 여름, 미국 워싱턴주 베인브리지섬에서 탄생했다. 당시 조엘 프리차드 미 하원의원이 친구 2명과 함께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놀 거리를 찾던 자식들을 위해 즉흥적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50년 넘게 피클볼을 치고 있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 할리우드 스타 킴 카다시안 등도 피클볼을 취미로 둔 '피클러(pickler)'로 알려졌다.



노년층 중심의 스포츠로 인식되던 피클볼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연령대가 즐기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신체 접촉이 없고 운동 강도도 비교적 낮아 코로나19로 지친 미국인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됐다. 미국 스포츠·피트니스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 피클볼 인구는 지난해 기준 480만 명에 달한다. 전년 대비 89.3% 급증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11.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배드민턴(-3.7%)과 탁구(-1.2%) 인구가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눈에 띄는 성장세다.

전 세계 피클볼 인구는 2030년까지 4000만 명 규모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패들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억5280만달러(약 2160억원)에서 2028년 2억5610만달러(약 3610억원)로 70% 가까이 성장하는 등 관련 산업도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다.

피클볼 프로선수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토너먼트 방식의 대회인 '메이저리그피클볼(MLP)'까지 출범했다. 르브론 제임스, 톰 브래디 등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투자에 나섰다. CNBC는 "피클볼 팀은 내년에 12개에서 16개로 확대되고 우승팀 상금은 200만달러(약 28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