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후 구급차 진입·부상자 이송 등 지연 초래
[이태원 참사] 당일 저녁 '교통 불편' 신고 46건…경찰은 뒷짐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저녁 이태원 일대에서 불법 주정차 차량 등으로 교통 혼잡을 호소하는 신고가 46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 통제 요청에도 경찰이 신속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서 사고 발생 후 구급차 통행로 확보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후 6시부터 압사 발생 시각인 오후 10시 15분까지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에 접수된 신고는 총 93건이다.

이 가운데 교통 불편이나 차량 정체를 언급하는 신고는 절반가량인 46건에 달한다.

오후 6시 10분께 이태원 '만남의 광장' 인근에서 "차들이 길에 주차해놔서 난리"라는 신고가 처음 접수됐다.

경찰은 "용산구청에도 불법 주정차 문제로 민원이 다수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구청에 통보한 뒤 종결했다.

곧이어 오후 6시 12분께 "불법주정차로 인해 교통 정체가 심하다.

30분 정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은 마찬가지로 구청 통보로 갈음했다.

오후 7시 1분에는 "교통정리를 요망한다.

한 시간째 좌회전을 못 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조치를 명시한 신고도 들어왔다.

경찰은 이에 신고자에게 "핼러윈 때문에 교통 불편함이 있다"고 안내한 뒤 역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2분 뒤에는 '핼러윈'을 언급하며 "사람이 떼로 도로에 나와 차량이 못 지나간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이에 경찰은 이태원파출소 인력을 현장에 추가 배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후에도 사고 전까지 유사한 신고가 수십 건 접수됐지만 경찰은 대부분 용산구청이나 120다산콜센터에 통보하거나 신고자에게 "교통경찰을 배치했다", "핼러윈으로 교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안내한 뒤 종결했다.

이 밖에 도로에 불법 노점상으로 통행에 방해된다는 신고도 오후 6시19분, 오후 6시26분 두 차례 접수됐고 교통사고와 관련한 신고도 6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러한 교통 혼잡 신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서둘러 대처했다면 사고 발생 후 구급차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현장에 도착해 인명 구조에 나섰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참사 후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한 구급차는 종로소방서 구급차였다.

종로소방서에서 현장까지는 약 5∼6㎞ 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교통 혼잡으로 오후 10시18분 출동 후 24분이 지나고서야 현장에 닿을 수 있었다.

차량 정체로 심정지 상태 피해자 등의 병원 이송도 그만큼 지체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