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을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ECB 다음 달도 금리인상 전망
라가르드 ECB 총재 "가벼운 경기침체로는 인플레 못 잡을 것"
유럽연합(EU)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가벼운 수준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 정도 침체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다음 날인 이날 라트비아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상황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라트비아 매체와 인터뷰에서는 기록적인 물가를 잡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비슷한 입장을 밝히면서 "너무 높은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한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CB의 연 2%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지난달 유로존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0.7% 상승, 12개월 연속으로 최고치를 새로 쓴 상태다.

유럽의 경제 사정이 미국보다 좋지 않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ECB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2차례 연속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 연준이 2일 기준금리를 4차례 연속으로 0.75%포인트 올리고 파월 의장이 "최종 금리 수준은 기존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ECB의 최종 금리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는 시장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ECB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인사) 모두 다음 달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면서, 초점은 다음 달 금리 결정 회의에서 어떠한 조치를 내놓을지라고 전했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연준의 정책 움직임을 주시하겠지만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면서 미국의 통화 긴축에 따른 금리 인상 '도미노'를 경계하는 신중론도 동시에 피력했다.

그는 "(각국 통화정책 여파의) 확산·역류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비슷하지 않고, 같은 속도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연준의 정책이 환율 등을 통해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지만, 유로존의 경제 상황이 미국과 다른 만큼 연준이 0.75%포인트를 올린다고 ECB도 단순히 이를 따라서 0.75%포인트를 올리는 식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이탈리아 출신의 파비오 파네타 ECB 집행이사는 유로존이 미국보다 세계적 경기침체·에너지 가격 상승에 취약하다면서,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이미 타격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ECB가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성장을 과도하게 저해할 수 있는 만큼 너무 빠른 금리 인상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네타 집행이사는 "예상보다 큰 금리 인상 폭과 관련, 단순히 정상화를 앞당기는 게 아니라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높아진다는 신호로 해석될 경우 금융 상황과 경제활동에 (통화 당국이) 의도한 것보다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냐치오 비스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도 ECB의 최종 금리 수준이 미국보다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를 지지했고, 포르투갈 중앙은행 마리우 센테누 총재는 ECB의 금리 인상이 이미 대체로 마무리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ECB 내에서는 회원국별 입장이 상이하며, 강력한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요아힘 나겔 총재는 ECB가 추가 금리 인상을 자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마르틴스 카작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도 훨씬 높은 금리 수준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