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설 '속임수' 가능성…뒤에선 전투 준비 중일 것"
러 '헤르손 철수설'에 신중한 우크라 "함정일 수도"
러시아군이 남부 전선 전략적 요충지인 드니프로강 서안 헤르손 지역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러시아가 파놓은 '함정'일 수 있다고 보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서방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는 러시아의 헤르손시 퇴각 징후를 두고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날 헤르손 점령지 부수반인 키릴 스트레무소프는 친러시아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부대와 병사들이 드니프로강 동안으로 떠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헤르손주의 주도 헤르손시과 크림반도에 식수를 공급하는 댐의 일부를 포함한 영토를 포기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흘린 셈이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19일 헤르손시에 대피 명령을 내렸고, 31일 대피령 적용 범위를 드니프로강에서 약 15㎞ 이내에 위치한 지역까지 확대했다.

친러 헤르손 행정부 수반 블라디미르 살도는 전날 헤르손 주민 최대 7만 명이 6일부터 러시아 본토나 남부 지역으로 이주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최근에는 헤르손시의 주요 행정 건물에 걸려 있던 러시아 국기가 제거된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되면서 '철수설'에 추가로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철수설'을 의도적으로 퍼뜨렸을 수 있다고 보고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나탈리아 후메니우크 우크라이나군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는 특정 도발의 징후일 수 있다"며 러시아가 점령지 포기를 가장하는 한편 전투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주 이탈리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들(러시아군)의 정예부대는 아직 그 자리에 있다"며 "우리는 이를 알고 있고 그들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인 해군분석센터(CNA)의 러시아 전문가 마이클 코프만도 러시아가 강제로 밀려나지 않은 상황에서 드니프로강 서안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트위터에서 "러시아군이 일부 지역에서 철수하는 듯했지만, 병력이 추가로 동원됐다"며 "공급 제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의 탄약이 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브래니슬라프 슬랜채프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 정치학 교수는 "러시아의 발표는 모순적"이라며 "그들은 모두를 상대로 철수할 예정이라는 점을 설득하려 하지만 실제 행동은 일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을 안이하게 생각하게끔 만들어 (러시아군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보도했다.

헤르손은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맞붙은 요충지로,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이곳에서 러시아 점령지 약 500㎢를 수복한 데 이어 추가 대규모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만약 러시아의 헤르손 철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