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출신 시인 시집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읽고 또 읽고
천공 구멍으로 편지…"사랑합니다.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열흘째 뜬눈으로 지새우는 가족들…"'기적 생환' 국민염원 필요"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 사고로 작업자 2명이 190m 땅속에 고립된 지 4일로 열흘째.
진척 없는 구조에 가족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만 있다.

선산부(조장) 박씨(62)의 아내 이모(63) 씨는 "우리 아기 아빠 좀 빨리 빼주세요.

다른 거 다 필요 없어요.

우리 남편만 있으면 돼요"라고 말했다.

그는 도지사, 국회의원, 장관들이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아내 이 씨가 사고 소실을 접한 건 사고 발생 14시간이 지나서야 걸려온 전화였다.

업체 측은 너무도 늦은 사고 소식 통보 이유로 "걱정할까 봐 그랬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답을 했다고 한다.

한달음에 달려온 아내는 한시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

두 눈만 질끈 감을 뿐 울지도 못했다.

그는 구조 작업이 펼쳐진 폐갱도 옆 컨테이너에서 낮과 밤을 지켰다.

사고 열흘째인 이날 오전 아내 이씨는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는 제목의 시집 한 권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남편의 지인이자 광부 출신 시인 성희직 씨가 사고 광산을 찾았다가 지난 1일 전해 준 시집이다.

성씨는 사북 동원탄좌에서 남편 박씨와 함께 일하던 동료 10여 명과 함께 이씨를 찾아왔다.

아내 이씨는 "(시집에 수록된 시 중에서) '1980년 사북을 말하다'와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3'을 계속 읽고 있다"며 "생각이 날 때마다 읽고 있는데 광부들의 이야기라 남편 생각도 나고, 위로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시인 성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연 광산은 암석이 단단해서 붕괴 위험이 적다.

갇혔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로 모든 눈이 거기로 가 있는데, 살아있는 생명 2명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칠레 광부들의 무사 귀환처럼 기적의 생환이 가능한 만큼 국민의 희망과 염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열흘째 뜬눈으로 지새우는 가족들…"'기적 생환' 국민염원 필요"
조장 박씨는 광산업에만 20여 년 종사한 베테랑이다.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이 고향인 아내 이씨는 40여년 전 서울에서 전북 남원 출신인 박씨를 만났다고 한다.

한 살 터울 연상연하 커플인 이들은 1980년 사북에 둥지를 틀었다.

그길로 남편 박씨는 장인을 따라 광부가 되었다.

후산부(보조작업자) 박씨(56)의 가족들도 마땅한 대책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자 눈시울을 붉혔다.

보조작업자는 광산업에 종사한 지 1년 정도 된 새내기다.

사고가 난 광산에 온 지는 일주일도 채 안 됐다.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보조작업자 박씨의 조카(32)는 이날 오전 "땅속에 갇힌 지 10일이 됐다"며 "삼촌이 충분히 버텨주고 있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고립된 작업자들의 가족들은 땅속 구조예정 지점'으로 연결된 천공 구멍을 통해 무사 생환을 기원하는 편지를 보냈다.

선산부 박 씨의 큰아들 박근형(42) 씨는 편지에서 "많이 힘들겠지만 힘내시고, 밖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견뎌주세요"라며 "아버지 사랑합니다.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라고 기원했다.

후산부 박씨의 가족들도 "힘 잃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삼촌 사랑합니다", "오빠 조금만 더 힘내고. 기도하고 있어"라고 썼다.

열흘째 뜬눈으로 지새우는 가족들…"'기적 생환' 국민염원 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