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미덕 16가지 제시하며 식재료와 레시피 담아
"요리는 마음과 영혼을 채우는 방법"…알랭 드 보통 '사유 식탁'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철학자인 알랭 드 보통이 요리 레시피를 담아 쓴 음식 에세이 '사유 식탁'이 번역돼 나왔다.

그가 설립한 인생학교를 통해 2019년 펴낸 이 책에는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132가지 추천 레시피와 음식 개념을 확장한 작가의 사유가 담겼다.

보통은 "이것은 평범한 요리책이 아니다"란 첫 문장으로 책을 열며 요리에 대한 기존 정의가 너무 협소해 그 의미를 확장하길 주문한다.

요리는 생각과 감정을 일깨우는 사유의 매개물이자, 그것을 공유하는 방식이며, 동시에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요리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채우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요리는 마음과 영혼을 채우는 방법"…알랭 드 보통 '사유 식탁'
보통은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고대 그리스의 이상적인 시민을 규정한 12가지 미덕을 희망, 친절, 장난기, 인내심 등 현대사회에 필요한 16가지 미덕으로 새롭게 정의한다.

또한 미덕의 원천이 되는 식재료를 매칭하고 이를 활용한 레시피와 음식을 소개한다.

그는 "어떤 식재료는 마치 특정한 미덕을 지닌 것 같다"며 미덕을 지닌 식재료로 요리를 만들면 육신뿐 아니라 영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희망의 상징으로 꼽은 레몬이 "삶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들고, 긍정적인 마음을 다시금 품도록 북돋는다"며 레몬 절임 파스타, 레몬 커드, 레몬 드리즐 케이크 레시피를 소개한다.

사교성 넘치는 식재료인 올리브유는 외교술을, 시원하고 상쾌한 민트는 지성을, 냄새에 호불호가 갈리는 마늘은 자기주장을 상징한다고 흥미로운 발상을 한다.

보통은 "요리를 하려면 전문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하지만 음식이 주는 만족감은 기술의 정교함이 아니라 음식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와 우정의 깊이에 비례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친구들을 초대할 땐 채소 그라탱을, 불편한 손님을 맞을 땐 오렌지 폴렌타 케이크를, 따뜻한 주최자가 되고 싶을 땐 핑거 푸드인 추로스를 시도해보길 권한다.

또한 배달 음식 주문에 자신감을 가지란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남은 음식을 활용하는 방법, 식사 자리에 어울리는 주제별 대화 메뉴(질문 꾸러미) 등도 함께 실었다.

출판사는 "'사유 식탁'은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 방송), 맛집 후기가 넘치는 시대에 건강과 행복의 필요조건인 음식에 대한 철학적 탐구"라고 소개했다.

오렌지디. 이용재 옮김. 36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