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현 SK스퀘어)이 2018년 SK쉴더스를 인수한 건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SK쉴더스는 SK그룹에 편입된 후 그룹 내 물리보안 계열사인 NSOK와 정보보안 계열사 SK인포섹을 연이어 합병해 규모를 키웠다. 회사 매출은 인수 직전인 2018년 6135억원에서 지난해 1조5497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59억원에서 1218억원으로 증가했다.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3816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단독] 상장 대신 새 파트너 찾은 SK쉴더스 "亞 보안시장 공략"
SK쉴더스는 당초 올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해외 클라우드 업체 인수 등을 통해 성장을 이어나갈 계획이었다. 맥쿼리 등 재무적투자자(FI)들도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올 들어 금리 인상 여파로 IPO시장이 위축됐다는 점이다. 온전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SK쉴더스는 지난 5월 상장을 철회했다. 약속했던 FI의 투자 회수와 추가 성장 전략의 첫 단추가 틀어진 셈이다.

EQT파트너스는 이 같은 SK스퀘어의 고민을 간파하고 투자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QT는 지난해 157억유로(약 21조원) 규모의 인프라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 기회를 물색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처음으로 한국 투자팀을 꾸리고 세 명의 인프라 투자 전문가를 영입했다. 이후 SK쉴더스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국내 보안 시장의 확장성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작년 말엔 SK쉴더스의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무산되기도 했다.

EQT파트너스는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에 걸쳐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에 활발히 투자해왔다. 특히 스웨덴 최대 보안회사 시큐리타스의 가정 보안부문 자회사 시큐리타스 다이렉트를 2008년 인수해 2011년 투자금 회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인연으로 2020년 시큐리타스 본사 지분 3%가량을 확보해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회사 CYE의 경영권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SK쉴더스를 아시아 대표 보안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IT 인프라 및 서비스에 대한 EQT의 전문성뿐 아니라 발렌베리그룹 전통을 이어받은 EQT파트너스의 투자 철학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파트너로 낙점한 것으로 분석된다.

EQT파트너스는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해온 사모펀드다. 특히 기업지배구조를 중시하고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함께 생각하는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방한한 콘니 욘슨 EQT파트너스 회장과 만나 ESG경영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EQT 외에 다양한 글로벌 PEF가 투자 기회를 타진했지만 EQT와 단독 협상으로 거래가 진행된 배경이다. IB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내부 직원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회사 성장을 함께 이끌 최적의 파트너를 찾았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