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내하도급' 규제 지나치다
20세기 초에는 자동차를 개인 또는 몇 사람이 생산했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750분이었다. 포드는 달랐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컨베이어벨트를 활용했고 한 명이 한 가지 일만 담당하도록 분업화했다. 그 결과 자동차 생산 시간을 93분으로 단축했고, 이에 따른 원가절감으로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자동차 생산방식의 변화는 자본주의 초기 산업화의 핵심인 분업과 전문화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날이 전문화, 고도화해 가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회사 내에서 분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기업 단위를 넘어선 분업을 추구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가장 잘하는 것은 직접 하고 나머지는 외부에 맡겨라”라고 했다. 이처럼 ‘아웃소싱’은 현대 기업에 필수불가결한 경영활동이며 글로벌 추세다.

사내하도급은 파견과 함께 가장 널리 이용되는 아웃소싱의 일종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생산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사내하도급 제도 활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법원이 도급계약에 파견법의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해 사내하도급 활용이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원청의 지시가 파견법상 상당한 지휘·명령에 해당하는지를 도급과 파견의 결정적인 차이로 보고 이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법원이 원청의 지시를 엄격하게 해석해 파견법상 상당한 지휘·명령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최근 현대제철 고등법원 판결에 이은 포스코 대법원 판결 등 철강업종 판결에서는 정보공유 수단인 전산관리시스템(MES)에 대해서까지 불법 파견의 징표로 봐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독일과 일본에서 MES를 활용했다고 불법 파견으로 몰아세우는 경우는 없다.

파견 허용 업무가 매우 제한적인 현행 법체계 아래에서 파견관계가 인정되면 불법 파견이 인정되고 원청은 직접고용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파견 인정=불법 파견’이 공식처럼 작동해 파견법이 도급관계를 직접고용 관계로 바꾸는 우회통로가 되는 것은 문제다.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인 계약자유의 원칙을 훼손하고 산업 생태계를 왜곡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상황에 맞게 다양한 생산방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사내하도급의 적법성을 보다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법원의 도급과 파견 구분에 대한 전향적인 판결도 필요하지만 도급과 파견은 태생적으로 그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법원의 해석에 의존하기보다는 입법적으로 근로파견의 개념을 명확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양한 생산방식 보장을 위해 파견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근로자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각 기업이 모든 공정과 업무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비효율적이다. 포드가 전문화와 분업화를 통해 차량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과 같이 현시대에 맞는 혁신적 전문화 및 분업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효율성과 전문성, 경쟁력을 도모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의 영역이다. 사내하도급은 잘못된 생산방식이 아니라 매우 유용한 제도다. 올바르게 활성화할 수 있도록 법원의 현명한 판단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