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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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지출 관리' '이달에 가장 많이 결제한 곳' 이런 내용들, 주로 어디서 확인하셨나요? 아마 카드사나 금융사앱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이용자의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보기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이런 서비스를 '마이데이터'라고 하는데요. 주로 핀테크업체들이 많이 선보였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최근엔 e커머스 업체인 11번가가 업계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1일 e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달 말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한잔’을 론칭했습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한잔’은 ‘매일 하루 커피 한잔 마시듯 간편하게 자신의 자산·소비 내역을 확인한다’는 의미로, e커머스의 강점을 살려 고객들의 현명한 소비를 도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머니한잔’은 카드사, 은행, 금융투자, 간편결제 등 주요 금융권과 핀테크 업체에서 제공하는 페이와 포인트 등 흩어져 있던 금융 정보를 11번가 앱에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11번가 앱에서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서비스는 크게 ‘내 소비’, ‘내 자산’, ‘소비태그’ 세 항목으로 나뉩니다. 서비스 최초 가입 시 ‘내 자산 연결하기’ 클릭 후 카드사, 은행, 금융투자, 보험 등 각 기관별 상품 중 원하는 상품을 불러온 뒤 본인인증 절차를 진행하면 정보 가져오기가 완료됩니다.

메뉴별로 ‘내 소비’에서는 카드결제·계좌이체 이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비내역'에서는 고정지출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소비 변동 그래프'에서는 월간·주간·일간 소비내역을 그래프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카테고리 소비내역'에서는 소비패턴을 분석할 수 있고 '가맹점별 소비 내역'에서는 특정기간 동안 특정 가맹점에서 얼마의 금액을 결제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지출을 돕기 위해 '예산 설정' 메뉴에서는 예산 대비 지출규모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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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가 이런 서비스를 선보인 건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초개인화는 이용자의 검색 패턴, 구매 상품에 대한 반응, 장바구니 내역 등 사이트 내 이용자의 '행동 패턴'과 관련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합니다. 이를 통해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구매율과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겁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 보니 정보기술(IT) 역량을 갖춘 기업들만이 실시할 수 있는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업계에서는 11번가가 e커머스 중 가장 먼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SK텔레콤의 관계사인 11번가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다른 업체 대비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을 거란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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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마이데이터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본인시용정보관리업 허가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자본금 요건(최소자본금 5억원 이상) △물적 시설(시스템 구성 및 정보보호를 위한 보안체계의 적정성) △사업계획의 타당성(수지전망의 타당성, 소비자보호 등 건전경영 수행 적합성) △대주주 적격성(건전한 재무상태 및 사회적 신용) △신청인의 임원 적격성(신청인의 임원에 대한 형사처벌, 제재사실 여부 등) △전문성 요건(데이터 처리경험 등 업무 수행을 위한 충분한 전문성) 등이 포함됩니다.

11번가가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해 준비한 건 2020년 말부터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예비허가를 신청했고 올해 1월에는 예비허가 승인을 받았습니다. 마이데이터 관련 개발자도 대거 채용해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습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을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멤버스는 지난해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을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0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컬리 역시 초개인화 마케팅을 위해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e커머스 업계는 사업의 특성상 이미 '개인화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을 만큼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데 굳이 마이데이터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준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게 가능하다"며 "데이터 수집, 유지, 분석 비용 등을 추가로 지출하며 관련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