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도의 자동화 물류센터에서 바퀴 달린 로봇들이 레일을 오가며 상품을 집어 이동하고 있다.  롯데 제공
오카도의 자동화 물류센터에서 바퀴 달린 로봇들이 레일을 오가며 상품을 집어 이동하고 있다. 롯데 제공
유통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오카도를 택한 데 대해 ‘e커머스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배수의 진을 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롯데쇼핑은 주문에서 배송에 이르는 e커머스의 전 과정에 오카도 시스템을 통째로 도입할 계획이다.

내부에선 “실패는 용납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지가 결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쇼핑1번지’로서의 위상을 신선식품(그로서리) 시장에서 되찾을지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합 그로서리 플랫폼 구축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부회장·왼쪽)가 팀 스타이너 오카도그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롯데 제공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부회장·왼쪽)가 팀 스타이너 오카도그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롯데 제공
롯데와 오카도가 설계 중인 온라인 그로서리마켓은 이르면 2025년께 구현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 관계자는 “백화점, 마트, 롯데온 등 특정 부문이 일을 맡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위 조직인 유통HQ가 전체적인 전략을 짜고 있다”며 “그로서리에 특화한 완전히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1일 설명했다.

고객 유입 통로인 앱도 온라인 장보기에 특화한 형태로 새로 선보인다. 기존의 롯데온은 백화점과 협업해 럭셔리몰로 변신시킨다는 게 롯데의 전략이다. 롯데 관계자는 “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산지 물건을 공동으로 구매하는 통합 소싱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라며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그로서리 플랫폼은 롯데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만 해도 럭셔리와 그로서리가 섞여 있다. 그로서리 새벽 배송의 강자인 컬리는 유통 대기업인 롯데에 비해 소싱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국내 신선식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약 25%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쿠팡조차 신선식품 배송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한국형 오카도’ 구현이 성공 관건

롯데, 오카도 시스템 통째 이식…"신선식품 유통 1등 노린다"
롯데는 1996년에 일찌감치 롯데인터넷백화점을 개설할 정도로 온라인 유통의 개척자였다. 하지만 최근의 e커머스 전쟁에선 승기를 잡지 못했다. 롯데 관계자는 “e커머스는 롯데가 가장 먼저 시도하고도 1등을 못한 대표적인 분야로 신동빈 회장도 이를 수차례 질타했다”며 “오카도와의 협업은 역전을 위한 결정적인 한 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카도는 △제때(on time) △부족함 없이(full) △신선하게(fresh)라는 신선 배송의 3박자를 모두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리테일테크기업으로 꼽힌다. 매장 없이 온라인 주문만으로 영국 그로서리 시장 점유율이 13%(작년 말)에 달한다. 1000여 개 로봇이 초당 4m 속도로 움직이면서 소비자 장바구니에 물건을 채우고 포장하는 자동화 물류시스템(CFC)이 오카도의 상징이다.

미국에서 월마트, 코스트코 다음으로 큰 마트인 크로거를 비롯해 캐나다 소베이, 호주 콜스, 일본 이온, 프랑스 카지노, 스페인의 봉프레와 알캄포, 스웨덴 ICA, 폴란드 오숑 등이 오카도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회사 측은 “김상현 유통군 대표와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지난 6월에 런던 오카도 본사를 방문했다”며 “연간 4000억~5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데다 플랫폼의 숙명이라고도 하는 쿠폰 남발 없이 고객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협업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롯데·오카도 연합의 성공의 관건은 오카도 솔루션의 현지화를 얼마나 잘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배송만 해도 오카도는 영국에서 유일하게 정직원을 고용해 직접 차량을 운행한다.

이는 쿠팡과 동일한 방식이다. 롯데 관계자는 “밀집형 도시라는 점, 영국 등 서양 국가와는 다른 그로서리 소비 행태 등을 고려해 한국형 오카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