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보다 단축한 검시 시간도 한없이 긴 유족…장례 절차 준비
30일 오후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선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로 숨진 20대 여성 A씨의 유가족이 검사의 시신 검시(檢視)가 끝나길 애타게 기다렸다.

형사소송법상 변사자의 검시는 소재지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가 하게 돼 있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통상 경찰 단계에서 검시가 이뤄진다.

대검은 신속한 참사 수습과 유족 지원을 위해 관할 검찰청 검사가 직접 검시하라는 지시를 일선에 내렸다.

검시 기록이 경찰과 검찰을 오가는 시간을 줄여 유족에게 신속히 시신을 인도하기 위해서다.

A씨의 시신도 관할인 서울북부지검 검사가 직접 병원에 와 검시를 마쳤다.

그러나 유족에겐 이 시간마저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언제나 착하고 성실했던 A씨는 2개월 전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해 취업을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A씨 친척은 "상냥하고 친절해 아끼던 조카였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번 사고로 네 딸 가운데 둘째 딸을 잃은 B씨는 이날 오후 딸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 한 병원으로 향했다.

B씨는 소식이 끊긴 20대 딸을 찾으려 서울 순천향대병원 등 사상자가 이송된 병원을 헤매다 경찰로부터 사망자 명단에 딸이 포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순간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딸은 결혼한 첫째 언니를 대신해 집안의 가장 역할을 했다고 한다.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하면서 몸이 아픈 엄마를 대신해 두 동생에게 용돈을 주기도 했다.

"손재주가 참 좋은 아이였어요.

그림도 잘 그리고 요리도 잘했는데…."
딸은 전날 밤 친구가 일하는 이태원 한 가게를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했다.

사고 직후 친구는 즉각 B씨에게 전화해 관련 소식을 알렸다.

B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딸이 정이 많고 항상 동생과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였다"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