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 비영리기구 헤퍼 인터내셔널(Heifer International)의 한국법인 헤퍼코리아는 한국형 젖소 유전자원(종모우·동결정액)과 젖소 암소 101마리를 12월 중순 네팔에 항공편으로 운송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지원받는 네팔 가정은 50여 가구다. 이후 태어나는 암소 새끼와 가축 관리 기술을 이웃에게 전하는 조건이다.
헤퍼는 1944년 미국에서 설립된 국제개발기구다. 헤퍼는 ‘한 잔의 우유가 아니라 소 한 마리를 전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미국 농부 댄 웨스트에 의해 세워졌다. 개발도상국 빈곤 퇴치가 주요 임무다. 작년 기준 2억8700만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설립 이후 현재까지 125개국을 지원(사진)했다.
헤퍼는 한국에 1952년부터 1976년까지 미군 수송기를 통해 총 44회에 걸쳐 젖소 897마리, 황소 58마리, 염소 200마리 등의 가축을 지원했다. 누적 지원 가축은 3200마리다. 가축들은 부산 이사벨 고아원 등 전국 각지에 보내졌고 전쟁고아의 영양 상태를 책임졌다. 이후 한국은 지원받은 젖소를 꾸준히 개량했다. 현재 한국형 젖소의 연간 두당 산유량은 9000~1만㎏이다. 세계 4위 수준이다.
헤퍼코리아는 개량된 우수한 한국형 젖소를 네팔에 지원해 생산성 향상을 돕는다. 네팔은 작년 1인당 국민소득 1223달러의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전체 인구의 80%가 농촌에 거주하며 젖소를 기르지만 생산성은 주변 개발도상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다. 연간 두당 산유량은 880㎏에 불과하다. 부실한 영양 조건으로 인해 네팔의 5세 미만 어린이 중 36%가 발육 부진인 것으로 조사됐다.
헤퍼코리아는 한국형 젖소 한 마리가 네팔에서 연간 최소 4500㎏의 우유를 생산하며 5년간 최소 3마리의 새끼를 출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원 5년 후 축산농가의 연 소득은 최대 8300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혜원 헤퍼코리아 대표는 “6·25전쟁 이후 한국이 받았던 지원을 이제 돌려줄 차례가 됐다”며 “네팔에 한국형 젖소를 보급하고 가축 관리 기술 등을 전수하며 네팔 낙농업의 구조적인 변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