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척 없는 구조 상황에 가족들 애끓는 호소
봉화 광산매몰 사흘째…업체 대표 "늦은 신고, 법적 책임지겠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서 매몰 사고로 작업자 2명이 고립된 지 45시간을 넘어가는 가운데 업체 대표이사가 현장을 찾아 사과했다.

28일 오후 '5차 언론 브리핑' 이후 업체 대표이사는 고립된 광부들의 가족들을 찾아와 "119 신고가 늦은 것에 대해서는 제가 법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작업자들의 안전 교육을 안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사고 원인인 펄(토사) 역시 불법 폐기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펄이 불법 폐기물인지 여부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낼 문제"라며 "자꾸 언론 브리핑 때마다 가족들께서 펄이 불법 폐기물이라고 주장하시면 신경이 분산돼 구조 작업이 더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5차 언론 브리핑에서 고립 광부들의 가족들은 애끓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조장 박씨(62)의 아내 이모(63) 씨는 "안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아야지, 밖에서 쉽지 않으니까, 안에서 끈질기게…"라며 "지옥 같은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는 심경을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조원 박씨(56)의 누나는 브리핑 내내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원인을 '펄'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사고 원인은 펄이 아니라 불법 폐기물"이라며 "사고 신고도 14시간 반 늦게 했다.

세월호 때 골든타임을 놓친 것과 뭐가 다르냐"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또 "투시경 등 가용 가능한 구조 인력과 장비를 다 투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봉화 광산매몰 사흘째…업체 대표 "늦은 신고, 법적 책임지겠다"
김윤현 경북 봉화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브리핑에서 "발파 소리에 요구조자(매몰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발파하면서 들어가고 있다"며 "소방당국은 진입로가 확보된 뒤 고립자를 구조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투입된다"고 밝혔다.

사측 간부는 "'구조 예정 지점'으로 기대하는 곳까지 고립 작업자들이 와 있다면, '풍'하는 소리 같은 발파 소리가 고립 작업자들에게 들릴 것"이라며 "구조 예정 지점도 약 3∼5m 두께의 단단한 암석 막혀 있다"고 부연했다.

사측 관계자는 이날 오후 6시께면 비교적 암석이 단단한 구간(수평 거리 약 45m까지 지점)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측 간부는 "수평 거리 30m 지점을 통과하면 그 이후는 선로가 맨눈으로 보인다고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시간이 갈수록 '구조 진입로'가 점차 길어지는 만큼 오는 29일 오전부터는 전차와 광차가 투입된다.

앞으로 구조 당국이 발파 작업 등을 통해 파내야 하는 진입로는 폭 2.1m, 높이 2.1m, 길이 100m다.

이 구간 선로는 단일 선로이기에 광차는 동시에 1대만 들어갈 수 있으며, 각 광차에는 인력 2명 정도만 붙을 수 있다고 사측 관계자는 밝혔다.

광산 매몰 사고는 지난 26일 오후 6시께 경북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광산의 제1 수갱 하부 46m 지점에서 펄(토사)이 갱도 아래로 수직으로 쏟아지며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업자들에 따르면 이 토사는 약 30여 분간 쏟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선산부(조장 역할)인 박씨는 후산부(보조 작업자)인 박씨와 제1 수갱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 도중 매몰 사고를 당했다.

사고 발생 초기 매몰된 작업자들이 별다른 구조 요청 신호를 보내지는 않았다고 사측은 밝혔다.

구조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대를 여전히 오는 29일(토요일) 오전으로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사측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