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금지 대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성소수자 탄압 우려
러 하원 '동성애 선전금지법' 강화 추진…"서방과 이데올로기戰"
러시아 하원이 27일(현지시간) 지난 2013년 채택된 '동성애 선전 금지법'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1차 독회(심의)에서 통과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의 옛 소련권 확장을 억지하기 위한 '성전'(聖戰)으로 선전하고 있는 러시아가 서방과의 이데올로기 대결 전선에서도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스·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은 이날 통상 세 차례 이루어지는 법률안 심의의 1차 심의에서 모든 미성년자와 성인을 상대로 한 '비전통적 성적 관계' 선전 금지를 주요 골자로 하는 동성애 금지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2013년 법률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동성애 선전을 금지했으나, 이번 개정안은 금지 대상을 모든 러시아 성인으로까지 확대했다.

법률 개정안은 인터넷, 미디어, 서적, 동영상, 영화, 광고 등에서 비전통적 성적 관계와 성소수자에 대해 선전하는 것을 금지했다.

'전통적 가족 가치'에 대한 부정을 불법화하고, 미성년자들이 성전환하고 싶도록 부추기는 선전을 금지하는 조항도 담고 있다.

이 법률 개정안은 앞서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 의장을 비롯한 하원 의원 약 400명이 발의했다.

법안은 하원에서의 2차례 추가 심의와 상원 검토, 대통령 최종 서명 등의 절차를 거쳐 발효한다.

하원 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 알렉산드르 힌시테인은 이날 심의에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은 전장에서만 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면서 법률 채택을 촉구했다.

그는 "동성 관계의 위협으로부터 러시아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이는 우리나라의 미래와 국민의 보건, 인구(유지)를 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산당 소속 의원 니나 오스타니나는 미성년자들이 2013년 법률로 보호받고 있지만 이제 성인들도 보호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진보하는 (서방의) '이데올로기 무기'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전쟁은 모든 전선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성소수자 네트워크' 의장 나탈리야 솔로비요바는 "새 법률이 아무도 성소수자에 대해 공개적으로나 긍정적으로 말할 수 없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 정치인들이 성소수자 문제를 서방에 대한 '지정학적 승리'를 포장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면서 "성소수자 공동체는 서방 현상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이는(법률 개정은) 서방에 대한 작은 승리로 받아들여진다"고 해석했다.

일부 출판업자들과 영화제작자들은 법률 개정이 러시아 고전의 출판과 제작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검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보수적 성향의 전통적 정교회 국가인 러시아에선 여전히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보수적 견해가 우세하다.

2020년 주민투표를 통해 개정된 러시아 헌법은 결혼을 '남성과 여성 간의 결합'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