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LG엔솔은 '제 2의 메타버스 테마'?…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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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LG에너지솔루션을 보면 작년 이맘때쯤 메타버스 테마가 생각납니다"(국내 한 펀드매니저 A씨)
한국 증시가 지지부진한 와중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들어서만 약 28% 상승(28일 기준)했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6% 상승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다만 증권가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상승에 대해 수급적인 영향이 크다며 조심스러운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를 밀어 올리는 요소는 크게 성장성과 수급, 두 가지다. 지난 11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분기 매출이 7조6482억원, 영업이익은 52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는 물론 각각 전 분기 대비 50.8%, 166.8% 증가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과 높은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도 증권가에선 수급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연말까지 각종 지수에 LG에너지솔루션의 편입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오는 31일 글로벌X의 '리튬&배터리 테크 ETF(LIT)'에 LG에너지솔루션이 새로 편입될 예정이고, 다음 달 30일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지수(MSCI) 내, 12월엔 코스피200지수 내 비중 증가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A씨는 "실적은 잘 나오긴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가격이 비싸다"라며 "그런데 그렇게 비싸도 되는 이유가 다 수급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수익비율(PER·12개월 포워드 기준)은 79.9배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사흘(6·12·19일)을 제외하고 내리 LG에너지솔루션을 순매수했는데, 이 역시 수급에 기댄 순매수세라고 보는 관계자가 적지 않다. 기관 역시 이달 들어 1460억원어치의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순매수 한 바 있다.
금리인상기라는 점도 고민을 키우는 요소다. 금리가 높은 시기엔 예금에만 넣어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먼 미래의 성장까지 당겨 밸류에이션에 녹이는 성장주는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장관계자 B씨 역시 "금리인상기에 LG에너지솔루션의 PER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 C씨는 "LG에너지솔루션이 PER 10배 수준이 되려면 당기순이익이 12조원은 나와야 한다"며 "아마 수 십 년이 지나도 그렇게 되긴 힘들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은 당기순이익 96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작년 말 메타버스 유행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당시 메타버스 테마가 유행을 타며 시장에 여러 메타버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됐었다. 이에 해당 ETF들에 단기간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모이면서 관련주를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고, 주가 역시 급등했었다. 다만 기계적 매수가 끝나고 테마의 유행도 시들자, 관련주들의 주가는 다시 크게 내려앉았다. 메타버스의 대표주로 불렸던 자이언트스텝만 하더라도 현재 주가가 당시 고점(8만6000원) 대비 4분의 1토막 난 상태다.
시장관계자들은 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는 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패시브 매수세가 끝나면 다시 밸류에이션 논란으로 돌아올 것이고 그때 지금의 주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년 1월 우리사주 815만주의 보호예수가 풀린다는 점도 부담이다. A씨는 "결국 패시브 펀드가 주가를 움직인다는 점에서 메타버스 유행과 LG에너지솔루션의 강세는 닮은 꼴"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한국 증시가 지지부진한 와중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들어서만 약 28% 상승(28일 기준)했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6% 상승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다만 증권가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상승에 대해 수급적인 영향이 크다며 조심스러운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를 밀어 올리는 요소는 크게 성장성과 수급, 두 가지다. 지난 11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분기 매출이 7조6482억원, 영업이익은 52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는 물론 각각 전 분기 대비 50.8%, 166.8% 증가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과 높은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도 증권가에선 수급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연말까지 각종 지수에 LG에너지솔루션의 편입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오는 31일 글로벌X의 '리튬&배터리 테크 ETF(LIT)'에 LG에너지솔루션이 새로 편입될 예정이고, 다음 달 30일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지수(MSCI) 내, 12월엔 코스피200지수 내 비중 증가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A씨는 "실적은 잘 나오긴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가격이 비싸다"라며 "그런데 그렇게 비싸도 되는 이유가 다 수급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수익비율(PER·12개월 포워드 기준)은 79.9배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사흘(6·12·19일)을 제외하고 내리 LG에너지솔루션을 순매수했는데, 이 역시 수급에 기댄 순매수세라고 보는 관계자가 적지 않다. 기관 역시 이달 들어 1460억원어치의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순매수 한 바 있다.
금리인상기라는 점도 고민을 키우는 요소다. 금리가 높은 시기엔 예금에만 넣어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먼 미래의 성장까지 당겨 밸류에이션에 녹이는 성장주는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장관계자 B씨 역시 "금리인상기에 LG에너지솔루션의 PER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 C씨는 "LG에너지솔루션이 PER 10배 수준이 되려면 당기순이익이 12조원은 나와야 한다"며 "아마 수 십 년이 지나도 그렇게 되긴 힘들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은 당기순이익 96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작년 말 메타버스 유행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당시 메타버스 테마가 유행을 타며 시장에 여러 메타버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됐었다. 이에 해당 ETF들에 단기간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모이면서 관련주를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고, 주가 역시 급등했었다. 다만 기계적 매수가 끝나고 테마의 유행도 시들자, 관련주들의 주가는 다시 크게 내려앉았다. 메타버스의 대표주로 불렸던 자이언트스텝만 하더라도 현재 주가가 당시 고점(8만6000원) 대비 4분의 1토막 난 상태다.
시장관계자들은 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는 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패시브 매수세가 끝나면 다시 밸류에이션 논란으로 돌아올 것이고 그때 지금의 주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년 1월 우리사주 815만주의 보호예수가 풀린다는 점도 부담이다. A씨는 "결국 패시브 펀드가 주가를 움직인다는 점에서 메타버스 유행과 LG에너지솔루션의 강세는 닮은 꼴"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