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 간담회…'경주 남산 마애불' 바로세우기 추진
총무원장 진우스님 "문화재 보호전승 비용 국가가 보전해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27일 "우리 스님들이 문화재를 보호 전승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라도 국가에서 보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진우스님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음식점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까지 문화재가 이렇게 보존 관리돼 전승돼 왔다는 것은 우리 사찰 스님들의 어마어마한 정성과 보호 덕분이었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이어 "그(문화재 관람료) 부분을 자꾸 종교적인 형평성이나 공정성 문제로 접근한 것은 그야말로 불공정"이라며 "앞으로는 바로잡아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재관람료 문제는 불교계 안팎에서 오랜 논란거리였다.

불교계는 문화재 관람료가 문화재, 사찰의 전각 관리를 비롯해 사찰 주변의 소유 부지인 '사찰림'을 관리하고자 걷는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사찰에 들르지 않고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이들은 '문화재도, 사찰도 보러 가지 않는데 왜 관람료를 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내왔다.

총무원장 진우스님 "문화재 보호전승 비용 국가가 보전해야"
진우스님은 "사찰을 빼놓고, 다른 궁이나 능 등 이런 곳은 어마어마한 국가 예산이 들어간다"면서 "우리는 사찰을 관리하지만 보조가 거의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데 그 정도는 국가에서 보조를 해줘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진우스님은 총무원장 취임 1호 사업으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일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통일신라 때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주 남산 마애불은 2007년 경주 내남면 노곡리 산에서 발견됐다.

마애불은 발견 당시 마치 앞으로 고꾸라진 듯한 모습이었다.

다행인 것은 불상의 얼굴 부분이 지면과 5㎝가량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훼손은 피한 것이다.

불상이 넘어지게 된 계기는 조선 명종 12년인 1557년 발생한 규모 6.4 지진 때문으로 추정된다.

마애불의 크기는 약 4m 60㎝, 전체 돌의 길이는 5m 60㎝다.

무게는 약 80t 정도다.

현재 불상을 세우는 방법으로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는 안과 지상에서 유압으로 밀어 올리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진우스님은 "전임 총무원장 스님께서 '백만원력' 불사에 이 사업을 포함했고, 저도 작년 11월 현장을 가봤다"며 "보는 순간 '아이코, 이거 큰일 났다.

가능하면 빨리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총무원장 진우스님 "문화재 보호전승 비용 국가가 보전해야"
진우스님은 오는 31일 경주 남산 마애불 현장을 찾아 고불식을 올리며 하루속히 마애불을 세우겠다는 발원을 낼 계획이다.

그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내린 종무원(직원) 박정규 씨에 대한 부당해고 판정을 수용해 더는 법적 절차 없이 복직 조치한 것을 두고 "서로 깊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일단 그런(복직)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울 봉은사 '승려 집단폭행' 사건에 연루됐던 승려들의 조사와 징계가 늦어지고 있다는 종단 외부의 지적에 대해 "밖에서 보기에 회피 내지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나라는 의심도 가질 수 있겠으나 사회적, 법적으로 조율하고 있고, 선의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진우스님은 지난달 28일 총무원장 임기 4년을 시작했다.

강원 강릉 출생인 그는 전남 백양사 주지를 지냈고, 총무원장 사서실장, 총무부장, 교육원장 등을 지내며 종단 안팎에 얼굴을 알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