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이트 실적 부진…"매출 감소에 3천명 감원"

미국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업체 시게이트가 미 정부의 제재 대상인 중국 화웨이에 HDD를 공급한 혐의에 대해 미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게이트의 공시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미 상무부는 화웨이에 HDD를 공급한 혐의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시게이트에 통보했다.

시게이트 공시에는 공급 대상이 고객사라고만 돼 있었으나, 로이터는 소식통을 통해 공급 대상이 상무부의 수출통제 대상인 화웨이인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시게이트는 공시에서 조사 대상이 2020년 8월∼2021년 9월 고객사와 관련 계열사 등에 공급한 제품이라고 공개했으나, 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나 벌금, 그에 따른 손실 규모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만 밝혔다.

시게이트는 위반 사안별로 최고 30만달러(약 4억2천만원) 또는 거래 규모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 가운데 더 많은 금액을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게이트는 제3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의 기술이나 소프트웨어가 사용됐거나 미국 기술이 사용된 장비 등을 이용해 생산된 경우 당국의 허가 없이는 중국 수출을 금지한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 5월부터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규제를 가했다.

또 2020년 5월부터는 미국의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생산한 외국 기업들에도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미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시게이트는 해당 HDD가 제3국에서 생산된데다가 미국의 반도체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미국산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무부는 미국 반도체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로 생산된 장비가 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생산에 사용됐다면 제재 위반이라고 맞서고 있다.

앞서 미 상원 상무위원회의 공화당 의원들은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시게이트가 1년간 화웨이에 금지된 제품을 수출해 경쟁사인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상대로 경쟁 우위를 차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상무부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코멘트를 거부했으나, 시게이트는 당국의 조사에 협조해 해결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게이트는 최근 경기침체로 주요 고객들이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면서 직원 3천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게이트가 이날 발표한 3분기 매출은 20억4천만달러(약 2조9천억원)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으며, 이번 분기의 매출도 18억5천만달러(약 2조6천억원)로 2005년 이후 가장 작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美당국, 제재 대상 화웨이에 하드디스크 공급혐의 시게이트 조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