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만 실형, 원청인 현대산업개발 현장 책임자는 집행유예

[※ 편집자의 주 =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1년 4개월이 지났습니다.

우리 사회는 참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처벌'과 '대책'이라는 두 과제를 풀어야 했습니다.

경찰은 사고의 직접 책임자부터, 재개발 비위 당사자까지 반드시 규명하겠다는 약속을 1년 4개월 만에 마무리했습니다.

경찰 수사 종료를 계기로 그동안 진행된 참사 책임자의 처벌과 재발방지책 수립 성과를 다시 점검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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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참사 수사종료] ② "몸통은 내버려 둔 채 깃털만" 아쉬운 판결
광주 학동 붕괴 참사의 1심 결과에 대해 시민단체와 유족들은 "몸통은 놔둔 봐주기 판결"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사 기관은 물리적인 붕괴 원인과 철거 공사 수주 전반에 걸친 비리 등 크게 두 갈래로 나눠 법인 3곳(HDC 현대산업개발·한솔기업·백솔기업)과 36명을 수사했다.

검찰은 최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 재판에서 철거를 직접 수행한 하도급·재하도급업체 현장 책임자들과 원청인 HDC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보고 각각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박현수 부장판사)는 건물 철거를 직접 수행한 하도급 업체와 재하도급 업체 관계자, 감리 등 3명에게 각각 실형을 내리고 법정구속했다.

반면 재개발 공사 전체의 시공자인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3명과 석면 철거 하청업체 소장에게는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금고형의 집행유예, 법인들에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사고원인에 대해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은 채 건물 하부를 긁어 파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지지대(잭서포트)도 설치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판단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해체 공사에 있어서는 도급인에 불과해 안전조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현대산업개발의 사업장에서 이뤄진 해체 공사였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안전 조치 의무에 한해 책임이 있다고 봤다.

그동안 하청업체에서 업무 중 붕괴·폭발 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은 감독 책임이 있음에도 처벌을 받지 않거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법 테두리 안에서 무겁게 벌한 것이라는 견해와 함께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처벌이라는 여론도 나왔다.

재판부는 "2019년 서울 잠원동 붕괴 사고로 한 사람의 목숨을 잃고도 고친 게 하나도 없다.

무엇을 더 잃어야 외양간을 고칠까, 재판하면서 마음이 답답했다"라며 이윤만 탐하는 기업의 이기심과 안전불감증을 질타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이 회의 기록과 SNS 단체대화방 등에 대한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책임 축소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6개월간 구금된 점, 회사가 유족 및 생존자들에게 총 80여억원을 지급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법원 판결에 대해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단체들은 "몸통은 내버려 둔 채 깃털만 건드린 봐주기"라며 "피해자 가족의 마음에 대못을 박고 대한민국 안전을 무너뜨렸다"고 비난했다.

검찰도 공사 관계자 7명 전원과 법인 2곳(HDC 현대산업개발·백솔기업)의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이 사건 항소심은 광주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재개발 공사 수주 비리에 연루된 브로커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도 진행 중이다.

문흥식(61)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은 지인 이모(75)씨와 공모해 2015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학동4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수주에 힘을 써주겠다며 업체 4곳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에 추징금 9억7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지인 이씨는 징역 2년에 추징금 3억7천만원을, 이씨와 범행한 또 다른 브로커 주모(71)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천만원을 선고받았다.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 전직 이사 이모(62) 씨도 2019년 업체 2곳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추징금 2억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장 조모(75)씨는 학동3구역과 4구역 조합장을 하면서 뇌물을 받고 조합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