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3대 클러스터도 이미 뿌리내려
블루밸리·영일만 산단 등 합해
총 636만㎡에 특화단지 조성
포스텍 등에서 인력양성도 추진
2차전지 글로벌 주도권 잡을 것
이강덕 포항시장은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년 뒤에는 1억 대 안팎의 세계 신차시장도 전기차로 채워질 테고, 그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전 세계가 치열한 전기차용 배터리 패권전쟁에 나설 것”이라며 “정부가 지정을 추진하는 2차전지 특화단지는 배터리 특구 포항에 반드시 유치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포항은 한국에선 유일하게 전고체와 양극재,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며 “포항에 2차전지 특화단지가 들어서면 세계적인 K배터리 특화단지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부가 전략산업에 대해 특화단지를 지정한다면서요.
“정부는 첨단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산업 육성과 보호를 위해 지난 8월부터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법 시행에 따른 후속조치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이달 중 국가첨단전략기술의 1차 지정 및 절차와 요건 등을 고시할 계획이고, 배터리·반도체·바이오 등 핵심 전략기술부터 우선 지정을 추진합니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기반시설 구축 및 세제 감면에 관한 지원, 인허가·인프라 등 패키지 투자, 연구개발(R&D) 등 전략산업의 혁신 발전과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지역 발전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포항은 배터리 분야 특구단지 지정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포항은 대한민국 배터리 특구로서의 면모를 골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국내 1위 양극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는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 내 50만㎡ 부지에 2025년까지 총 3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통 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에코프로 포항캠퍼스’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소재 추출부터 양극재 생산, 리사이클링(재활용)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공급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6개 자회사를 집적화하는 데 고용인력만 2400여 명에 이릅니다.
포항캠퍼스에 지난해 말 들어선 에코프로EM은 전기자동차 40만 대 분량의 배터리에 들어갈 수 있는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공급능력과 생산성을 갖췄습니다.
배터리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K배터리’ 선도도시 도약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2차전지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선도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포항은 배터리 분야 3대 클러스터로 이미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포항은 배터리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 이어 사용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그리고 녹색융합 클러스터 등 대한민국 최초로 2차전지 분야 3대 클러스터로 빠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후 포항은 전국 29개 특구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우수 특구로 선정됐고, 특구 지정 이전에 1%에 불과하던 블루밸리국가산단은 현재 100% 분양을 완료했습니다. 지금까지 총 투자금액만 3조4000억원에 이릅니다. 3300여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준공한 2차전지종합관리센터는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수거와 보관, 성능검사 등 배터리 재사용·재활용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산업부의 고안전·보급형(LFP) 상용화 지원사업을 비롯 환경부의 사용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등 관련 분야 국책사업 유치로 국가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 실증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것도 포항만의 강점입니다.”
▷포항 2차전지 특화단지의 청사진은 어떻게 그리는지요.
“블루밸리 산업단지와 영일만 산단 등을 합해 총 636만㎡에 특화단지를 조성하려고 합니다. 이 사업에는 경상북도, 경북테크노파크,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포미아), 포스텍 등이 공동 참여합니다.
사업부지 내에는 에코프로, 포스코케미칼, GS건설, 피엠그로우, 해동엔지니어링 등 배터리 재사용·재활용산업 관련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포항시는 여기에 포스텍 철강소재에너지 대학원이 운영하는 2차전지 학과를 신설하는 등 관련 분야 혁신생태계를 구축합니다.
포스텍과 한동대, 포항대와 폴리텍대, 마이스터고(제철공고·흥해공고)로 이어지는 맞춤형 인력양성 시스템도 마련 중입니다. 이런 종합 시스템이 갖춰지면 배터리 소재 입주기업의 투자가 마무리되는 2026년에는 2차전지 소재 상용화, 배터리 자원순환, 탄소밸리로 이어지는 ‘K배터리 글로벌 특구’로 비약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양극재나 전고체의 중국산 비중은 90%, 수산화리튬 중국 의존도는 80% 이상에 이릅니다. 앞으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통해 국내 전기차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포항시는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고가의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차세대 신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2024년까지 국비 등 500억원을 들여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자동화 실증설비와 고속평가 성능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루 150개, 연간 3만 개 이상의 사용 후 배터리 성능을 검증 평가하고 시장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EV 폐배터리 팩 로봇 해체 작업 기술 개발과 로봇 작업자의 실시간 작업 상황 인식, 충돌 방지 등 안전 확보 기술 개발 및 로봇을 활용한 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글로벌 배터리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0년 4000억원에서 2040년 87조원대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재활용산업은 포항에 27조원의 생산 유발과 8만 명의 고용창출 등 거대 경제 효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이루고자 합니다.”
▷세계적인 K배터리 특구 지정이 지상 목표라고 들었습니다.
“특화단지와 더불어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포항 배터리규제자유특구 후속 연계사업으로 배터리 글로벌 표준 마련 및 실증, 기업 해외 진출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에 나서려고 합니다. 포항시는 이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의 2차전지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선도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