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도 올해 수출단지 착공
수출항 다변화에 인천 긴장
업체 "인천, 여전히 매력적
지원 있으면 지방 이용할 것"
지난달 14일 경상북도 포항 영일만항에서 중고 자동차 1000여 대를 실은 선박이 이집트를 향해 출발했다. 영일만항에서 완제품 형태의 중고차를 수출한 것은 2009년 개항 이후 처음이다.
영일만항에서는 2010년 경기 평택공장에서 생산된 쌍용자동차, 2012년 일본에서 수입한 마쓰다자동차를 반제품 형태로 분해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수출한 실적만 있었다.
영일만항에서는 올해 시범 운항 기간에 항차당 1300~1500대의 중고차가 수출될 예정이다. 올해 세 번의 운항이 예정돼 있어 약 3000~4000대의 중고차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현지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경상북도와 지역 중고차 수출업계 관계자는 “영남에서 나온 중고차를 인천항까지 운송할 필요 없이 지역에서 처리하게 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항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들이 중고차 수출시장에 참여하는 이유는 지역경제 활성화 때문이다. 중고차 수출단지가 조성되면 신규 인력 수요가 발생하고, 수출 바이어 업체들의 입주와 자동차 부품 거래 등 내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북 군산시와 새만금개발청도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26일 군산시에 따르면 새만금산업단지(5공구)에 중고차 수출·매매업체 등 관련 시설을 집적화한 수출복합센터 조성 공사가 오는 12월 시작된다. 중고차 수출센터 조성을 위해 민간사업자(군산자동차무역센터)도 선정했다.
사업비 1500억원을 투입하는 군산의 중고차 수출센터는 2017~2018년 조선소와 한국GM 자동차 군산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산업위기 대응 차원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비와 지자체 예산 500여억원이 투입된다.
수출·매매업체 200여 개가 입주하고, 중고차 경매장·품질인증센터·행정지원센터·금융회사 등을 갖춰 공터에서 수출 협상을 하는 인천과 차별화에 나선다. 2024년 3월 개장이 목표다. 시 관계자는 “중고차 성능 고지, 검수와 통관절차 간소화 등으로 다른 지역보다 앞서가는 수출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인천항만공사도 첨단 수출단지인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2025년 준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운영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으나 올해 7월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값 상승과 금리 인상 등 경제 상황 악화로 계약을 포기했다.
인천의 중고차 수출업체 관계자는 “인천항은 서울과 근접해 수출업체들이 여전히 선호하는 항만”이라면서도 “오토밸리 준공이 계속 늦어지고 지방의 수출단지 입주 조건이 괜찮으면 지방 항만 이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포항·군산=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