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대교로 지정해야" vs "섬 지명이 기본 원칙"
영종·인천대교 다음 교량 이름은…사이좋던 청라-영종 '갈등'
인천 청라와 영종도를 연결하는 해상교량인 제3연륙교의 이름을 놓고 양측 주민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갈등은 청라국제도시를 지역구로 둔 서구의회 의원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26일 인천 서구의회에 따르면 장문정 서구의원은 지난 14일 구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 자유발언을 통해 제3연륙교의 이름을 '청라대교'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청라는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도시라는 공식 명칭을 받은 도시로 인천을 대표하는 대도시로 성장했다"며 "이미 성공적으로 브랜딩된 청라의 이미지는 관광객 유치는 물론 세계적인 도시 이미지와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3연륙교는 보행자 통행로와 자전거 겸용 도로, 버스정류장이 예정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다리 이름은 어디로 이어지는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청라대교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장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영종도 주민단체는 연륙교 이름으로는 섬 지명을 쓰는 게 일반적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연륙교에 대한 몰이해로 비롯된 소지역이기주의에 빠진 전형적인 인기영합주의 발언"이라며 "제3연륙교는 육지를 위한 교량이 아니고 섬을 위한 교량이기에 통상적인 관례나 다른 지역 사례를 보더라도 섬 지명이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건설된 두 지자체를 잇는 15개 연륙교 가운데 13개가 섬 지명을 따랐다"며 "우리나라 연륙교의 약 67%는 섬 지명으로, 15%는 섬과 육지를 혼용했고, 나머지는 지명과 관계없는 새로운 명칭을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청라와 영종 지역 주민들은 제3연륙교의 조기 착공을 촉구할 때는 한목소리를 내는 등 '사이 좋은 이웃'이었으나 다리 이름을 놓고는 충돌하는 모습이다.

청라·영종 주민들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Y'자 형태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건설을 촉구할 때도 같은 목소리를 내는 등 최근까지도 갈등을 빚은 사례가 드물다.

그러나 제3연륙교 명칭 논란이 불거진 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 관련 기관에 각 지역의 이름을 사용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2025년 말 준공 예정인 제3연륙교 이름은 준공 시점에 결정할 계획이었다며 때 이른 양측간 갈등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2024년 하반기 영종과 청라를 각각 관할하는 중구와 서구의 의견을 들은 뒤 인천시 지명위원회를 통해 이름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현재 공사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데 갑자기 명칭 논란이 불거졌다"고 말했다.

영종대교와 인천대교에 이어 인천 육지와 영종도를 잇는 세 번째 교량인 제3연륙교는 길이 4.68㎞·폭 30m(왕복 6차로) 규모로, 교량 가운데 주탑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180m 높이 전망대가 설치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