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무늬가 악마의 무늬라고?…책 '스트라이프, 혐오와 매혹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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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줄무늬) 패턴이 들어간 의상은 너무도 흔하다.
입는 사람들도 줄무늬 옷을 입으면 어떻게 비칠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 줄무늬 옷을 입는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12∼13세기 줄무늬 옷은 경멸의 의미를 담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악마의 무늬'로 여겨지기도 했다.
부정적인 의미는 오늘날에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빠삐용'에서는 줄무늬 죄수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프랑스의 중세 문장학 연구자인 미셸 파스투로는 책 '스트라이프, 혐오와 매혹 사이'(미술문화)를 통해 서양에서 줄무늬의 역사를 짚으며 줄무늬의 상징체계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추적한다.
서양에서 줄무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역사가 깊다.
서기 1000년이 되기 전부터 유럽의 화가들은 성경이나 문학 속 배신자, 창녀, 망나니 등을 줄무늬 옷을 입은 모습으로 그렸다.
1254년 프랑스에서는 가톨릭의 카르멜수도회의 수도사들이 입은 줄무늬 망토가 논란이 됐다.
줄무늬 망토를 입은 수도사들은 욕설과 조롱, 악담을 들어야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당시 교황 알렉산드르 4세는 수도사들에게 당장 무늬가 없는 망토로 갈아입으라고 했지만 수도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40년 넘게 논란이 계속된 끝에 1295년 교황 보니파시오 8세는 소속과 상관없이 모든 수도사가 줄무늬 옷은 입을 수 없다는 특별 교시를 내리기에 이른다.
줄무늬에 왜 반감을 품었던 것일까.
여러 설명이 제시되지만 그중 하나는 줄무늬가 있는 표면이 바탕과 무늬의 구분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보는 사람을 농간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15∼16세기에는 하인, 특히 흑인 노예에게 줄무늬 옷을 입히는 풍습이 있었다.
이를 넘어 이국풍이나 원시 상태의 모든 것을 총칭하는 기호로도 줄무늬가 사용됐다.
당시 유럽인들에 줄무늬는 문명과 동떨어진 어떤 것을 상징하는 의미였던 것으로 보인다.
줄무늬의 역사에 큰 변화가 생긴 계기 중 하나는 미국에서 독립혁명이 시작된 1775년이다.
경멸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줄무늬에 낭만적인 의미가 더해졌다.
여기에 미국의 성조기에 가로 줄무늬가 등장하면서 줄무늬는 새로운 사상과 혁명을 상징하는 한편 정치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1991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나온 책으로, 국내에도 2002년 '줄무늬의 문화사'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가 절판됐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저자가 지난해 낸 전면 개정판을 번역한 것으로, 초판에 비해 도판이 풍부하게 실려 이해를 돕는다.
고봉민 옮김. 238쪽. 2만2천원.
/연합뉴스
입는 사람들도 줄무늬 옷을 입으면 어떻게 비칠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 줄무늬 옷을 입는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12∼13세기 줄무늬 옷은 경멸의 의미를 담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악마의 무늬'로 여겨지기도 했다.
부정적인 의미는 오늘날에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빠삐용'에서는 줄무늬 죄수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프랑스의 중세 문장학 연구자인 미셸 파스투로는 책 '스트라이프, 혐오와 매혹 사이'(미술문화)를 통해 서양에서 줄무늬의 역사를 짚으며 줄무늬의 상징체계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추적한다.
서양에서 줄무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역사가 깊다.
서기 1000년이 되기 전부터 유럽의 화가들은 성경이나 문학 속 배신자, 창녀, 망나니 등을 줄무늬 옷을 입은 모습으로 그렸다.
1254년 프랑스에서는 가톨릭의 카르멜수도회의 수도사들이 입은 줄무늬 망토가 논란이 됐다.
줄무늬 망토를 입은 수도사들은 욕설과 조롱, 악담을 들어야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당시 교황 알렉산드르 4세는 수도사들에게 당장 무늬가 없는 망토로 갈아입으라고 했지만 수도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40년 넘게 논란이 계속된 끝에 1295년 교황 보니파시오 8세는 소속과 상관없이 모든 수도사가 줄무늬 옷은 입을 수 없다는 특별 교시를 내리기에 이른다.
줄무늬에 왜 반감을 품었던 것일까.
여러 설명이 제시되지만 그중 하나는 줄무늬가 있는 표면이 바탕과 무늬의 구분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보는 사람을 농간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15∼16세기에는 하인, 특히 흑인 노예에게 줄무늬 옷을 입히는 풍습이 있었다.
이를 넘어 이국풍이나 원시 상태의 모든 것을 총칭하는 기호로도 줄무늬가 사용됐다.
당시 유럽인들에 줄무늬는 문명과 동떨어진 어떤 것을 상징하는 의미였던 것으로 보인다.
줄무늬의 역사에 큰 변화가 생긴 계기 중 하나는 미국에서 독립혁명이 시작된 1775년이다.
경멸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줄무늬에 낭만적인 의미가 더해졌다.
여기에 미국의 성조기에 가로 줄무늬가 등장하면서 줄무늬는 새로운 사상과 혁명을 상징하는 한편 정치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1991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나온 책으로, 국내에도 2002년 '줄무늬의 문화사'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가 절판됐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저자가 지난해 낸 전면 개정판을 번역한 것으로, 초판에 비해 도판이 풍부하게 실려 이해를 돕는다.
고봉민 옮김. 238쪽. 2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