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새 총리 2명, 하원 평의원석에 전직 총리 3명…'웃지못할 풍경'
野 "혼돈의 회전문"…더 벌어진 양당 지지율, 보수당 19% 노동당 56%
수낵 임명장 잉크도 안말랐는데…들끓는 영국, 조기총선론 불출
영국에서 불과 7주 사이에 총리가 교체되는 혼란이 벌어지자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리시 수낵 총리가 구원투수로 등판, 위기의 보수당 재건에 나섰지만, 민의가 직접 반영될 수 있는 총선을 통해 권력지형 새판짜기에 나서야 한다는 조기 총선론을 잠재우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이렇게 총리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영국 대중이 극소수에 불과했던 탓에 총선에 대한 요구가 크다고 보도했다.

직전 총리인 리즈 트러스는 취임 44일 만인 지난 20일 사임을 발표했고, 리시 수낵 총리가 취임한 25일 공식 임기가 끝났다.

트러스 전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지난 20일 발표된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 총리가 지명되면 조기 총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63%에 달했다.

이후 수낵 총리가 트러스 전 총리의 후임으로 결정된 지난 24일 발표된 유고브 여론조사에서는 56%가 조기 총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 비율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과반에 달하는 영국 국민이 조기 총선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영국 정부와 하원 청원 사이트에는 즉시 조기 총선을 해야 한다는 청원이 제기돼 이날까지 88만5천명 이상이 서명했다.

총리 결정 과정에 영국 국민의 의사가 직접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기 총선에 대한 요구가 많은 것이 놀랍지 않다고 NYT는 지적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트러스 전 총리가 집권 보수당 대표이자 총리가 됐던 과정을 보면 보수당 하원의원들이 참여한 경선에서 트러스 전 총리는 수낵 총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가 보수당원 투표를 통해 선출됐다.

이 최종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16만명가량으로, 영국 인구 6천700만명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낵 임명장 잉크도 안말랐는데…들끓는 영국, 조기총선론 불출
수낵 총리가 선출된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보수당 의원 약 200명의 추천을 받아 후보로 등록했고, 등록 요건인 추천 의원수 100명을 넘긴 다른 후보가 없어 단독 후보로서 대표 겸 총리가 됐다.

영국 현행법에 따르면 다음번 총선은 2025년 1월까지 치러져야 한다.

CNN 방송은 영국이 2019년 총선이 치러진 후 세 번째 총리를 맞이하게 됐고, 두 차례 연속으로 총선을 이끌지 않은 인물이 총리가 되면서 새 총리가 민의를 물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2차대전 이후로 3차례 연속 총선 없이 총리가 결정된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도 총선 없이 당내 경선에서 대표로 선출되면서 다우닝가 10번지에 입성했지만, 그는 조기 총선을 추진했고 실제로 2019년 총선을 치러 보수당의 압승을 이끌었다.

야당인 노동당도 조기 총선을 줄곧해서 요구해왔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지난 20일 조기 총선을 재차 촉구하면서 "보수당 실패의 12년을 지나 영국 국민은 이 혼돈의 회전문보다 훨씬 나은 것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락한 보수당이 조기 총선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더 타임스가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20∼21일에 한 설문조사에서 "내일 총선을 한다면 어느 당을 뽑겠느냐"라는 질문에 56%가 노동당을 찍었고 보수당은 19%였다.

열흘 전 조사에 비해 노동당은 5%포인트 올랐고 보수당은 4%포인트 떨어졌다.

수낵 총리는 이날 첫 대국민 연설에서 보수당의 2019년 총선 승리가 '개인'의 것이 아니고 보수당 전체의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조기 총선에 반대하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며, 총선을 치르지 않아 자신에게 권한이 없다는 시각을 거부한 것이라고 NYT는 풀이했다.

수낵 임명장 잉크도 안말랐는데…들끓는 영국, 조기총선론 불출
수낵 총리가 본격적으로 총리 업무를 시작함에 따라 의회에 출석할 때면 최근 3∼4년 이내에 총리를 지낸 3명이 평의원석에서 어깨너머로 그를 들여다보게 됐다.

총리와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메이든헤드, 존슨 전 총리는 억스브리지·사우스라이슬립, 트러스 전 총리는 사우스웨스트 노퍽 지역구 의원이다.

이런 웃지 못할 풍경은 짧은 기간 여러 명의 대표를 거친 보수당 내부 난맥상을 그대로 모여주는 대목이라고 NYT는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