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천481억원 손해 알면서 원전 조기폐쇄 강행" 변호인 "근거 없고 어떤 교사 있었는지 특정되지도 않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혐의에 배임 교사 등이 추가됐다.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25일 검찰이 신청한 백 전 장관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있다는 전제 아래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인다"며 "공소사실이 특정돼 있는지는 현재 단계에서 말하기 어려운 만큼 심리 과정에서 변호인 측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변호인은 재판부 결정에 앞서 진행된 의견 진술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백 전 장관 변호인은 "지난해 이미 검찰수사심의위원회까지 거쳐 다수의 법조인과 사리분별 있는 일반인들이 배임 교사 혐의에 대해 불기소 권고 의결을 했는데, 1년도 더 지난 시점에 추가 기소도 아닌 공소장 변경이라는 형식으로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근거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어 "백 전 장관이 산업부 직원들을 교사하고 산업부 직원들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대해 다시 교사를 했다는 것인지, 어떤 교사 행위가 있었는지 특정되지 않아 공소장 일본주의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수사심의위의 결론을 존중하지만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심의위에 있던 특정 정파 국회의원의 아내가 당시 결정과정에서 제척되는 등 정파적 문제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북 송금 의혹 사건에서 한국산업은행 총재 등에게 부당 대출을 지시한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를 적용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며 "직권남용과 배임 교사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월성 원전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할 경우 한수원에 1천481억원의 손해를 끼칠 것을 알면서도 부당한 지시를 내려 조기 폐쇄를 강행했다며 배임 교사·업무방해 교사 혐의를 추가해 지난달 29일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6월 백 전 장관을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과 공모해 한수원 측으로부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향을 부당하게 받아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로 기소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서도 원전 폐쇄에 따른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한수원 이사회를 속여 원전 가동 중단을 이끌었고, 이로 인해 한수원에 1천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며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백 전 장관이 이를 지시한 만큼 배임 교사 등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게 수사팀의 입장이었지만, 당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의견 의결에 따라 추가 기소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