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에 클래식 전용홀 만든다…2028년까지 전면 새단장

최첨단 음향·대형 외벽영상 구축…오세훈 "투자 아끼지 않을 것"

세종문화회관에 클래식 콘서트 전용 홀이 생긴다.

대극장에는 최첨단 음향시설이 설치되고, 건물 외벽 영상을 통해 광화문광장에서도 공연 실황을 볼 수 있게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문화예술시설인 '필하모니 드 파리'(Philharmonie de Paris)를 방문한 자리에서 세종문화회관 전면 새 단장 계획을 발표했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이후 44년 만에 대대적인 개축이 이뤄진다.

개관 50주년을 맞는 2028년 공사를 모두 마무리하고 새롭게 문을 연다는 목표다.

세종문화회관은 명실상부 국내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공연장이지만, 4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화하고 관객 수요와 문화예술 환경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새로운 시대상을 담은 시설로 재탄생할 필요가 있다는 게 오 시장의 판단이다.

특히 광화문광장과 연계해 서울을 대표하는 '차세대 감성 문화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기존 대극장은 상징성을 고려해 외관 디자인을 유지하되 내부 공간을 전면 개조한다.

최첨단 음향·조명시설과 디지털 영상 시스템을 갖춰 뮤지컬·오페라 등 다양한 공연을 올릴 수 있게 한다.

또 지나치게 큰 규모로 인해 관객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공연 제작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전체 객석(3천22석)의 약 10%(300∼400석)가 사석으로 남겨지는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객석 수와 객석-무대 간 거리는 축소한다.

대극장 이외 공간은 전면 개축을 거쳐 서울시립교향악단 전용 콘서트홀로 새롭게 조성한다.

클래식 공연장이 전무한 서울 강북권에 들어서는 첫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다.

라이브 음향에 최적화해 풀(full) 편성 오케스트라 공연이 가능한 전용 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광화문광장에서 공연 실황을 누구나 실시간 관람할 수 있도록 콘서트홀 외부에는 대형 외벽 영상(미디어파사드) 시스템을 구축한다.

대극장과 클래식 콘서트홀 사이에는 광화문광장과 바로 연결되는 대규모 열린공간(오픈큐브)을 조성해 스탠딩 공연이나 세미나, 설치미술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선보일 수 있게 한다.

시는 올해 5월 '세종문화회관 리빌딩(개축) 프로젝트'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으며, 시민 공론화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오 시장이 찾은 필하모니 드 파리는 2015년 1월 개관한 클래식 공연장이다.

최대 2천400명을 수용하는 대표 공연장인 피에르 불레즈 그랜드 홀을 비롯해 콘서트홀(1천600석), 원형극장(250석), 교육시설, 악기박물관 등 복합문화시설로 구성됐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장 누벨이 설계를 맡아 52ｍ 높이 우주선 모양의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내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췄다.

객석이 무대를 감싸는 빈야드(Vineyard·포도밭) 형태로 공연의 몰입도를 높였고, 무대와 가장 먼 좌석까지 거리가 32ｍ에 불과해 연주자와 관객이 가깝게 교감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음악홀에 제일 중요한 것이 음향"이라며 "세종문화회관에 필하모니 드 파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음향을 구현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문화예술 측면에서 강남과 강북이 불균형한 상황인데, 세종문화회관 전면 새단장을 통해 강북 시민도 문화예술을 즐기는 데 손색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전날 파리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문화시설인 '센느 뮤지컬'도 둘러봤다.

2017년 4월 센강 세갱섬 복합문화공간에 문을 연 센느 뮤지컬은 클래식 음악회를 위한 1천150석 규모의 오디토리움을 비롯해 4천∼6천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옥상정원 등을 갖췄다.

연간 400회 넘는 공연이 열리며 파리의 새로운 문화 활력소로 역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