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 전 지사 아내와 최측근 등 30명 경선 개입 혐의
선거 앞두고 당원명단 관리하다 적발돼 모든 꿈 물거품
3선 도전 과욕의 대가…민선 7기 전북도 인사 줄줄이 송치
"떠오르는 아침 해와 아름다운 저녁노을 사이, 새들은 하늘 높이 날고 꽃들은 저리도 밝게 피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자 공천심사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송하진 전 도지사가 지난 4월 18일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남긴 말이다.

민선 첫 3선 전북도지사의 꿈이 좌절된 그는 평온한 자연인의 삶을 소망했으나 뒤늦게 불거진 측근들의 정치 공작으로 이를 이룰 수 없게 됐다.

전북경찰청이 24일 발표한 이른바 '민주당 전북도지사 불법 경선 개입' 수사 결과에는 송 전 지사 최측근들이 줄줄이 불법 행위에 얽혀 있는 것으로 나온다.

심지어 송 전 지사 부인인 오경진 여사 또한 단순한 개입을 넘어 일부 공무원과 함께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사건은 민선 8기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을 앞두고 전북도 산하기관인 자원봉사센터에서 입당 원서와 당원 명부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경찰이 지난 4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입당 원서는 1천여 장, 당원 명부는 무려 1만 건에 달한다.

누군가 당내 경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당원 명단을 조직적으로 관리한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수사는 곧장 민선 7기 당시 도백인 송 전 지사 쪽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오 여사와 전 비서실장 3명, 몇몇 부서 과장급 공무원 등 7명이 범행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이 부하 공무원에게 당원 명단 확보를 부탁하면, 하위직으로 지시가 내려가는 '피라미드형' 방식으로 입당 원서 모집이 이뤄졌다.

공무원 등이 적게는 수십 장에서, 많게는 수백 장 이상씩 입당 원서를 모아오면 이를 자원봉사센터에서 권리 당원화해 남몰래 데이터를 구축했다.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겠다던 자원봉사센터가 선거를 앞두고 '어둠의 근원'과도 같은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역설적으로 이들이 불법을 감수하며 공들여 모은 입당 원서는 송 전 지사가 컷오프되면서 쓰이지 못했다.

대신 반년에 걸친 경찰 수사로 송 전 지사 정무·공보라인 최측근 등 30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지면서 민선 7기 전북도정은 불법 선거 의혹의 오명을 쓴 채 막을 내리게 됐다.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송 전 지사와 불법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선을 앞두고 측근들에게 당원 모집을 강요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3선에 눈먼 측근들의 과잉 충성이 빚은 부정인지, 은밀한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일부가 주장하는 무리한 수사였는지 여부는 앞으로 남은 검찰과 법원 단계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