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난 실패한 감독…항상 가슴 속에 넣고 지내와"
MVP 이청용 향해 "당연한 수상"…'이상' 아닌 현실적 가능성 강조
K리그1 감독상 홍명보 "브라질 월드컵 실패, 가장 아끼는 시간"
2022시즌 K리그1 감독상의 주인공 홍명보(53) 울산 현대 감독은 "감독일 때 받는 감독상은 선수 시절 선수가 받는 상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며 수상을 반겼다.

홍 감독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기억에 남는 상이 머릿속에 많이 있지만, 감독이 돼서 감독상을 받는 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은 팀을 총괄한다.

배를 끌어가는 선장"이라며 "배에는 또 노를 젓는 이들이 있고, 이들이 박자를 한 번만 틀려도 어려워진다.

이를 조율하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홍 감독은 각 팀 감독, 주장 투표와 미디어 투표를 환산한 점수에서 100점 중 80점을 얻는 압도적 지지를 받아 감독상을 탔다.

특히 본인을 제외한 K리그1 11명 감독 중에는 무려 10명의 지지를 받았다.

홍 감독 지휘 아래 울산은 3라운드에서 1위에 오른 뒤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17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 최다 득점(57득점), 최소 실점(33실점)을 기록했고, 라이벌 전북과 상대 전적에서는 2승 1무 1패로 앞섰다.

앞서 올림픽 대표팀, A대표팀, 중국 항저우 뤼청(현 저장FC)에 몸담았던 홍 감독은 '본인이 성공한 감독이라 생각하는지' 묻자 딱 잘라 말하기보다는 신중한 대답을 내놨다.

그는 "성공과 실패가 어떤 기준으로 갈리는지 봐야 한다"며 "우승컵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이 성공이라 생각하겠지만, 내년에는 들지 못하면 그게 실패라고 따질 수 있다.

나는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K리그1 감독상 홍명보 "브라질 월드컵 실패, 가장 아끼는 시간"
홍 감독은 성공이든 실패든 그 경험을 토대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가 본인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감독 시절을 실패의 예시로 들며 "그때의 시간은 내가 축구 인생에서 가장 아끼는 시간"이라고 짚었다.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감독으로 난 실패했지만, 이 역시도 내게는 중요한 과정이었다"며 "(감독으로서) 다른 시간은 대체로 좋은 시간이었지만 브라질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그때 시간을 항상 가슴 속에 넣고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스스로 감독으로서 '이상주의자'라는 틀에 가둬두는 걸 거부했다.

올 시즌 울산의 축구가 자신의 이상에 얼마나 부합했는지 묻자 "나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매일 1%라도 선수들이 성장할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택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런 자신의 철학을 실현하도록 도와준 선수가 바로 주장이자 올 시즌 K리그1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이청용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MVP로 호명된 이청용은 단상에 올라 "팀에서 이 상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는 가장 많은 골과 도움을 기록한 엄원상인 것 같다.

항상 열심히 뛰어줘서 고맙다"며 공을 돌렸다.

K리그1 감독상 홍명보 "브라질 월드컵 실패, 가장 아끼는 시간"
이를 전해 들은 홍 감독은 "그게 바로 이청용의 리더십이다.

그 부분이 울산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이어 "주장이자 고참으로서 이청용이 팀을 끌어가는 모습이 우리가 우승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MVP는 당연하다"고 칭찬했다.

이제 홍 감독은 우승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됐다.

그는 "내년은 분명 올해보다 모든 면에서 더 힘들 것"이라며 "그에 대한 대비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다.

분명히 내년 시즌은 우리 팀에 아주 큰 도전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새로운 과제를 반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