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수요보다 공급 물량 많아…규제 완화 효과 적을 것"
[르포] 투기과열지구 해제 한달…인천 송도·검단 여전히 꽁꽁
"투기과열지구 해제요? 아무 소용 없습니다.

"
지난 21일 찾아간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대단지 아파트 일대 공인중개업소 5∼6곳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한산한 분위기였다.

가을 이사철이 무색하게 부동산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했고 형형색색 입간판들만 쓸쓸한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직원들은 방문 고객이 없어 PC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종종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모습만 눈에 띄었다.

공인중개사 한애경(55)씨는 "부동산 시장 자체가 회전이 원활하지 않고 '급급매물'만 겨우 거래되다 보니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며 "간혹 문의 전화는 와도 실거래는 적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침체 속에서 그나마 월세나 반전세를 구하는 손님이 찾아오지만, 그마저도 많지 않다"며 "사무실이 너무 조용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26일 인천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뒤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조정대상에 포함된 인천 연수구·서구·남동구에서는 여전히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국제도시나 2기 신도시인 검단신도시에서는 부동산 거래 절벽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져 가격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40대 A씨는 계속되는 부동산 침체에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A씨는 2017년 송도에 30평대 아파트를 구하고 2년 뒤 대출을 받아 주변 아파트를 1채 더 사들여 일시적 2주택자가 됐다.

이사한 집에 살면서 기존 집에는 3억원대 전세를 놨다.

그는 내년 2월까지 양도세 비과세 혜택 기간이어서 전세로 둔 집을 팔아야 하지만, 지난 5월 이후 반년째 집을 보겠다는 연락을 한번도 받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A씨는 "대출금 원금과 이자로만 매달 100만원 가까이 지출되는데 집은 팔리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당장 세입자가 값싼 전세로 갈아탄다고 하면 보증금을 지급할 여력도 없어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인천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0.41% 하락했다.

[르포] 투기과열지구 해제 한달…인천 송도·검단 여전히 꽁꽁
서구(-0.47%)는 신규 입주가 진행 중인 루원·검단에서, 연수구(-0.41%)는 송도에서 하락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평균 18.3% 상승할 동안 인천은 무려 34.5%나 올라 전국 17개 시·도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9월 인천 아파트 매매가는 3.9%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인천 아파트 전셋값도 전주(-0.37%)보다 하락 폭이 커진 -0.41%를 기록했다.

입주 물량이 많은 송도국제도시나 검단신도시에는 무융자를 기준으로 2억원 중반대 전세 매물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매매가와 전셋값이 나란히 하락세인 가운데 인천에는 앞으로 입주물량이 많아 집주인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검단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은 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을 느껴 울며 겨자 먹기로 전셋값을 낮춰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며 "여전히 매매는 매수자가, 전세는 임차인이 우위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에서는 올해 4만2천515가구 입주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4만4천74가구, 2024년에는 2만2천81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인천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새로운 인구 유입이 필요한데 그만한 경제 기반은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백약이 무효하다는 부동산 하락장에서 대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