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 금·은메달리스트 연달아 제압…파이널 출전권도 확보
고교생 태권도 기대주 박태준, 첫 출전 월드그랑프리서 금메달
한국 태권도 남자 경량급의 새 기대주로 떠오른 고교생 박태준(18·한성고)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에 처음 출전해 금메달을 따며 국제무대 경쟁력을 확인했다.

박태준은 21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리저널 아레나서 개막한 2022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의 남자 58㎏급 결승에서 2020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를 라운드 점수 2-1로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박태준은 연말 체급별 최고의 선수만 초청되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출전권도 확보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의 금·은메달리스트 등 해당 체급 올림픽 랭킹 2, 3, 4, 7위의 강호들을 모두 이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태준은 도쿄올림픽 준결승에서 금메달 후보였던 장준(한국체대)을 제압한 젠두비와 이번 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다.

신장과 힘이 우월한 데다 기습적인 머리 공격과 변칙적인 발차기 등 까다로운 경기 운영을 하는 상대를 맞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1라운드 초반 몸통 공격으로 선취점을 빼앗은 박태준은 이후 거친 공방 끝에 5-1로 이겼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는 기습적인 뒤차기를 허용해 7-11로 내줬다.

고교생 태권도 기대주 박태준, 첫 출전 월드그랑프리서 금메달
마지막 3라운드에서는 종료 직전까지 2-2로 팽팽히 맞서다 2초를 남기고 젠두비의 변칙 돌려차기에 박태준이 오른발 돌려차기로 맞받아 차 다시 4-4 동점을 만들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박태준은 우세패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종료 순간 오른발 돌려차기를 성공시켜 6-4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그랑프리 정상에 올라섰다.

박태준은 앞서 준결승에서는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재 이 체급 세계 랭킹 2위인 비토 델라킬라(이탈리아)를 라운드 점수 2-0(11-0, 6-5)으로 완파해 우승 기대감을 키웠다.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에는 올림픽링킹 체급별 상위 32명이 초청받는다.

박태준은 현재 랭킹으로는 초청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세계태권도연맹(WT)이 올림픽 랭킹 중하위권 신예 선수들에게도 그랑프리 출전 기회를 주고자 지난 6월 '무주 월드 그랑프리 챌린지'를 개최해 체급별 1∼2위 선수에게 이번 맨체스터 그랑프리 출전권을 특별히 부여했다.

박태준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무주 그랑프리 챌린지 남자 58㎏급에서 압도적 기량을 선보이며 우승해 한국 대표팀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기고는 이번 맨체스터 대회 참가 자격도 얻었다.

무주 그랑프리 챌린지로 성인 국제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박태준은 지난 6월 춘천에서 열린 2022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 54㎏급에서는 16강부터 결승까지 단 한 라운드도 내주지 않고 모두 2-0으로 승리하며 가볍게 금메달을 땄다.

고교생 태권도 기대주 박태준, 첫 출전 월드그랑프리서 금메달
지난해 은퇴한 한국 태권도의 간판스타 이대훈의 고교 후배인 박태준은 이번 대회 우승 후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머리가 하얗다"면서 "처음 출전한 그랑프리여서 한 경기라도 최선을 다해 뛰자는 마음으로 나섰다.

우승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TV와 유튜브에서 보던 선수들과 직접 맞붙어 한 수 배운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그런데 그런 선수들을 이기고 나니 아직도 안 믿어진다"면서 "(같은 체급) 장준 형, 배준서 형과 훈련하면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5천 달러(약 720만 원)를 받은 박태준은 랭킹 포인트 60점을 추가해 현재 29위인 랭킹도 10위권으로 껑충 뛰어오르게 됐다.

이 체급 랭킹 1위 장준과 13위 배준서(강화군청)가 끌고 가던 2024 파리올림픽 출전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번 대회에 장준은 참가하지 않았고, 최근 출전한 대회에서 다쳤던 배준서는 경기력 점검을 위해 출전을 강행해 첫 경기에서 이긴 후 두 번째 경기에서 기권했다.

여자 49㎏급에서는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파니팍 웡파타나낏(태국)이 9월 파리 그랑프리에 이어 다시 우승하며 절대 강자의 지위를 이어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