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한류국제학술대회 마무리
[인터뷰] 문시연 세계한류학회 회장 "한류5.0, 교류에 더 가치 둬야"
"그동안의 한류가 산업적이고 공급의 측면에 신경을 썼다면, 한류 5.0은 교류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류 5.0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을 주제로 열린 올해 제9회 한류국제학술대회를 주관한 세계한류학회 문시연 회장은 대회 폐막일인 21일 연합뉴스와 만나 "일방 주입이 아닌 쌍방향 교류"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사장 성기홍)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 주최로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세계 17개국 한류 연구 학자들과 문화예술인, 문화산업계 인사 등이 참여해 한류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했다.

문 회장은 "혐한 감정조차 바꿔놓는 것이 한류의 힘"이라며 "인간 중심의 한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회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대회의 성과에 대해 자평한다면.
▲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만에 국제학술대회를 대면 행사로 열게 돼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다.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17개국 한류 학자들과 문화정책 담당자, 문화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네트워크의 장을 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한류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한류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면서 연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대회가 하나의 중요한 공공외교 플랫폼으로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 이번 대회에서 '한류 5.0'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설명을 부탁한다.

▲ '한류 5.0'은 아직 오직 않은 한류를 지칭한다.

한류를 정부를 기준으로 구분했을 때 한류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김대중 정부 시기를 1.0으로 보면 현 정부 시기는 5번째가 되기에 그런 측면에서도 5.0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우리 문화체육관광부나 문화관광연구원에 내놓은 자료에 '한류 3.0'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는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신한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학자에 따라서는 아날로그 한류와 디지털 한류로 나눠 지금이 한류 2.0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 한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그 어느 때보다 세계적으로 확산했다고 볼 수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 코로나19 시기 온라인에 모든 것을 의존하게 되면서 오히려 거리의 제약을 뛰어넘어 한류 콘텐츠가 세계에 더 다가간 측면이 있다고 본다.

특히 다른 나라의 콘텐츠보다 한류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던 것은 한국적인 바탕에다 세계에도 통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잘 어울린 데 있다고 본다.

드라마나 영화 등 한류 콘텐츠가 빈부격차 등 사회적인 모순과 구조적인 문제를 담았다는 것도 주요 요인으로 본다.

가수, 감독, 배우, 작가들의 뛰어난 역량에 더해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도 영향이 있다.

[인터뷰] 문시연 세계한류학회 회장 "한류5.0, 교류에 더 가치 둬야"
-- 현재 한류가 직면한 도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 너무 공급량이 증가하게 되면 반작용도 따르게 된다.

한류를 받아들이는 국가에서 지나치게 한류의 유입이 크다고 생각하면 자국 문화 보호라는 측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일방주의는 안된다.

산업적인 것으로만, 수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공동 작업, 공동 제작이 좋다고 본다.

영화 '설국열차'와 같은 경우 우리 감독, 배우가 해외 배우, 스태프와 같이 작업을 하지 않았나.

우리 걸그룹에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외국 멤버들이 참여하고 있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더해 우리가 많이 진출한 나라일수록 그 나라 문화를 우리에게 소개하는 폭도 넓어져야 한다고 본다.

-- 한류는 다른 분야보다 여성의 진출이 활발한 분야다.

한류와 여성의 상관성이 있다고 보나.

▲ 한류 이전에 문화라는 분야 자체 제가 여성 친화적인 분야라고 생각한다.

문화 현장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일하는 핵심 요원들은 상당수가 여성이다.

문화는 항상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진 분야이고 기존 질서에 반해 약자 편을 들어준다.

우리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잘 받아들여지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 작가들이 억압되고 힘든 상황에 펀치를 날리는 극을 보여주니까 사람들이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느끼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여성이 감수성과 감각을 잘 반영해서 잘 키울 수 있는 것이 한류고, 그것이 오늘날의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이 분야에 여성 최고경영자(CEO)도 앞으로 점점 더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 내년 10회 한류국제학술대회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내년 12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10회 한류 국제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다.

전통적으로 '문화 강국'으로 불린 프랑스는 최근 문화확산에 대한 새로운 문법을 찾고자 한류를 공부하려는 분위기다.

우리 문화체육관광부도 2019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파리에 코리아센터를 건립해 한국문화원과 관광공사, 콘텐츠진흥원 지사 등 유관기관을 한데 모아 문화교류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내년 대회는 패션, 음식에 강점이 있는 프랑스의 특징을 고려해 이 분야 한류 관련 업계의 참여도 독려할 생각이다.

이번 대회 참가 학자들로부터도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다.

[인터뷰] 문시연 세계한류학회 회장 "한류5.0, 교류에 더 가치 둬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