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장관 "'인사조처 필요'라고만 지시"
조국 "유재수 사표 구체적 지시안해"…검 "수긍 어려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게서 사표를 받아내라'고 금융위원회에 구체적으로 지시한 적은 없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의 공판갱신 절차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시절인 2018년 8월 뇌물 수수 의혹이 불거진 유 전 부시장(당시 금융위 정책국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을 약 3개월 만에 중단시킨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측에 "피고인 측이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받아내기로 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민정수석비서관이 공무원에게 사표를 내라고 할 권한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직접 "'사표를 받아야 한다'는 판단은 (내가 아니라) 민정수석실 내부 의견이었을 뿐"이라며 "금융위에는 그저 감찰 결과와 함께 '상응하는 인사 조처가 필요하다'고 포괄적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정수석이 구체적인 인사 조처를 지시하는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최종적인 징계권은 금융위에 있어서 포괄적으로 지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긍하기 어렵다"라며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이 정당한 징계를 받지 않고 사표를 냈는데 이를 수리한 행위 자체가 불공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조 전 장관은 "(금융위에) 징계를 하지 말라는 어떠한 내용도 지시한 바 없다"고 반론했다.

조국 "유재수 사표 구체적 지시안해"…검 "수긍 어려워"
이날 조 전 장관과 검찰은 법률상 민정수석비서관의 권한 범위에 관해서도 팽팽하게 맞섰다.

재판부는 유 전 부시장을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특감반장 보고서를 전달받았음에도 조 전 장관이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수사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취지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조 전 장관 변호인은 "비서관들 사이에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정무적 관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선 이를 모두 고려해 판단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검찰은 "수사 필요성의 판단 주체가 민정수석이라는 말인데, 이는 피고인 측의 독자적인 주장"이라며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 7조에 따르면 판단 주체는 특감반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이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점은 월권이었다는 취지다.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통령비서실 직제 7조는 청와대 비서실의 다른 규정과 결합해서 봐야 한다"며 "민정수석실 소속 반부패비서관이 당시 나한테 보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 의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유 전 부시장은 특별감찰이 시작되자 휴직했다가 사표를 냈고, 이후 징계 등 후속 조치 없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수석전문위원(2018년)과 부산시 부시장(2018∼2019년)으로 연이어 자리를 옮겼다.

검찰은 그에 대한 특별감찰이 3개월만에 중단되고 인사상 불이익없이 다른 자리로 이직할 수 있었던 배경을 수사했고 민정수석으로서 감찰을 책임졌던 조 전 장관 등을 2020년 1월 기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