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년 6개월 동안 중단했던 예비군 동원훈련을 재개한 지난 6월 21일 강원 춘천시 육군 제2군수지원여단에서 예비군들이 총기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년 6개월 동안 중단했던 예비군 동원훈련을 재개한 지난 6월 21일 강원 춘천시 육군 제2군수지원여단에서 예비군들이 총기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고모씨(28)는 최근 소속된 예비군 부대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다. 고씨가 독감에 걸려 1차 예비군 훈련을 미뤘는데 추가 훈련장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고씨는 “훈련을 미룰 때만 해도 새 일정을 잡아주겠다고 안내했다”며 “이제 와서 내년에 훈련을 2번 받으라고 통보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2년 만에 예비군 소집훈련이 재개된 가운데 훈련장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방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훈련 정원을 최대 50%까지 줄인 여파다. 국방부는 관련 사태를 예비군들에게 제대로 안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실이 예비군들 사이에서 알려지며 일부는 지방 출장도 마다하지 않으며 '원정 훈련'에 나서고 있다.

21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수십만명의 예비군이 올해 훈련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만 2차 추가 훈련을 받아야 하는 예비군이 2만1377명이다. 전국적으로 추산하면 수십만명이 넘는 인원이 추가 예비군 훈련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예비군을 대상으로 올해 추가 훈련이 어렵다는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 예비군 훈련장 자리가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예비군들 사이에서 추가 훈련이 불가능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관련 민원이 빗발쳤다. 한 지역 예비군 중대장은 "하루에 수십통씩 예비군 관련 문의가 쏟아졌다”며 “훈련장 상황이 여의찮아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비상근 간부 예비군들이 사로에서 사격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비상근 간부 예비군들이 사로에서 사격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지역 예비군 부대에서는 전국단위·휴일 예비군 훈련을 신청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전국구·휴일 훈련은 휴일이나 거주지 외 지역에서 진행되는 훈련을 참석하는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휴일 예비군 훈련은 올해 12월까지 육군 기준 총 58회 계획되어 있으며 약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전국단위훈련은 예비군이 원하는 전국 예비군훈련장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최대 2만5000명까지 훈련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마감돼 자리가 없는 상태다.
예비군 홈페이지 캡처
예비군 홈페이지 캡처
수도권에 거주하지만 제주도, 부산까지 원정을 떠나는 예비군도 속출하고 있다. 내년으로 훈련이 미뤄지면 생업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일부 예비군들이 전국에 있는 훈련소 빈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내년부터 5~6년 차 예비군은 기본 훈련 8시간, 작계훈련 12시간 등 총 20시간의 훈련을 이수해야 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신모씨(27)는 지난달 예비군 훈련을 받기 위해 강원도까지 갔다. 그는 ”밀린 예비군 훈련 때문에 내년에 며칠씩이나 가게를 닫아야 할 상황은 만들기 싫었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종합적인 안내가 없어 불편을 겪은 예비군들에게 죄송하다”며 “훈련 일자를 연기한 예비군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개별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