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아트 선구자' 英 브리지트 라일리 등 소개

1973년 개관한 국민대 박물관이 국민대 명원박물관으로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연다.

명원박물관은 대학 내 한규설 고택을 이용한 명원민속관과 그 옆에 새로 지어진 한옥 형태의 신관, 지하로 이전한 기존 박물관을 아우르는 공간이다.

이 중 한규설 고택은 조선 말기 한성판윤과 의정부 참정대신을 지낸 한규설 대감의 집으로, 서울시 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1890년께 건축돼 서울 중구 장교동에 있다가 1980년 도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쌍용 설립자인 성곡 김성곤의 부인인 명원 김미희 여사가 기증받아 국민대 대지에 이축해 차(茶) 문화를 보급하는 명원민속관으로 운영돼 왔다.

새로 문을 여는 명원박물관은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며 전통 유물 외에도 현대미술도 함께 소개할 계획이다.

그 첫 시도로 22일부터 '시선, 비전의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현대미술가 4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130년 된 고택에서 만나는 현대미술…국민대 명원박물관 개관전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영국의 여성 작가 브리지트 라일리(91)다.

국내에는 그간 작품이 잘 소개되지 않았지만, 착시 현상을 이용해 리듬감과 조형미를 느끼게 하는 '옵아트'(Op art)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작가다.

1968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흑백과 채색 판화와 원화(1점) 등 총 13점이 나왔다.

1965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반응하는 눈'(Responsive Eye) 전시의 도록 표지로 사용된 흑백 판화 작품도 포함됐다.

이 전시 이후 옵아트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 벽의 설치작업에서 비롯된 '메저 포 메저'(Measure for Measure) 판화도 볼 수 있다.

130년 된 고택에서 만나는 현대미술…국민대 명원박물관 개관전
전시는 한옥이라는 전시 공간을 살리는데도 신경을 썼다.

라일리의 작품이 걸린 'ㅁ' 자 신관 한옥은 문을 모두 열어 한옥의 중정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한옥의 손상을 막기 위해 작품을 걸 수 있는 검은색 가구 형태 구조물도 따로 만들었다.

명원민속관에도 현대미술 작품이 걸렸다.

안채의 대청마루에는 한국계 캐나다 작가 쌔미 리의 멀티미디어 작품이 설치됐다.

가상세계에서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새들의 비행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전통적인 공간에서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포털'(portal. 관문)의 느낌을 준다.

이 밖에도 한국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빠키(Vakki) 작가와 영국 작가 루크 엘위스의 작품 등이 전시된다.

전시는 11월13일까지. 관람은 무료지만 예약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