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으로 주목받는 화가가 있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나우에서 개인전 ‘꿈, 자연, 그리고 오브제’를 열고 있는 유선태 작가(64·사진)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 28점과 3점의 오브제를 출품했다.
유 작가는 자신의 삶이 녹아든 풍경과 사물을 조합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그의 그림에 있는 책은 교장선생님이던 아버지를 상징하고, 물음표처럼 생긴 나무는 작가가 자신에게 던지는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림마다 등장하는 자전거 탄 사람은 저를 상징하는 소재입니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하는 것처럼, 저도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필사적으로 일했거든요. 또 하나. 자전거를 탄 사람이 항상 움직이듯이, 가난한 세입자 출신인 저도 50번 가까이 이사를 다녔습니다. 하하.”
전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미술 공부를 한 적이 없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가 제 그림을 보더니 서울에서 열리는 미술대회에 같이 나가자고 했어요. 서울 구경도 할 겸 나갔는데 난데없이 대상을 탔습니다. 벼락치기로 입시미술 공부를 해서 홍대 미대에 입학했지요.”
대학 졸업 후 독일과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 파리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했던 적은 없었다. 그의 작품이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요즘은 그림을 더 많이 그리지만, 유 작가의 ‘주특기’는 일상의 사물을 가공해 예술 작품을 만드는 오브제다. “체력이 달려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오브제 작업은 너무 재미있어요. 요즘도 황학동 풍물시장을 다니며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사 모읍니다.” 폐업하는 가구점에서 헐값에 구입한 가구로 오브제 작업을 하고 있다며 신나게 설명하는 그의 표정이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했다. 전시는 다음달 2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