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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온,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인천석유화학, SK지오센트릭, SK루브리컨츠,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어스온까지…이 모든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린 곳이 있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SK이노베이션 얘기다.
[마켓PRO] SK이노 물적분할 악몽 딛고 반등하나…"아무도 관심없을 때가 적기"
창립 60주년 기념식을 찾은 최태원 SK 회장은 "SK이노베이션의 역사는 대한민국 산업 역사와 완벽히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국내 최초 정유회사인 대한석유공사에서 시작한 회사가 선경(현 SK)의 품에 인수된 후 유공, SK㈜, SK에너지를 거쳐 SK그룹의 중간 지주회사인 지금의 SK이노베이션에 이르게 됐다.

물론 한동안 증시를 뒤흔든 '물적분할' 이슈 탓에 SK이노베이션 주가도 지지부진했다. 핵심 사업군인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SK온의 상장 계획을 발표한 영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상장한 LG화학에 이어 SK마저 미래먹거리로 불리는 사업을 연달아 떼어내려 하자 주주들은 등을 돌렸다.

하지만 최근 SK이노베이션에 다시 눈길을 돌려야할 때라는 조언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60돌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은 물적 분할 악몽을 딛고 부활할 수 있을까?

물적분할 악몽...주가는 지금이 바닥?

[마켓PRO] SK이노 물적분할 악몽 딛고 반등하나…"아무도 관심없을 때가 적기"
SK이노베이션 주가(10월19일 종가 기준)는 최근 1년 새 36.6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25.74%)보다 10%포인트 넘게 추락한 상태다. 작년 7월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해 SK온을 자회사로 둔 것이 주가 하락에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분할한 SK온이 오는 2027년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쪼개기 상장'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최태원 회장까지 나서 "당장은 상장 계획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주주들의 반응은 미지근한 상태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 배터리부문 물적분할을 발표하면서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30만원대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유가에 따른 정유 부문의 사상 최대이익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배터리 부분의 더딘 수익성 개선으로 약세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공에서 출발한 SK이노, 배터리로 미래 조준

[마켓PRO] SK이노 물적분할 악몽 딛고 반등하나…"아무도 관심없을 때가 적기"
배터리에 발목잡힌 SK이노베이션이지만 출발은 정유회사였다. 대한석유공사가 전신이다. 1980년 이를 인수한 SK(당시 선경)는 대한석유공사라는 공기업의 이름을 유공으로 바꿨다. 코끼리를 마스코트로 활용했던 유공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회사다. 이후 15년간 이같은 이름을 유지하다 유공의 이미지를 벗고 SK주식회사로 변화한다.(SK그룹이 유공(정유) 한국이동통신(통신·현 SK텔레콤) 등 공기업 인수를 통해 재계를 대표하는 종합그룹으로 성장하게 된다)

정유회사가 모태인 만큼 석유탐사 및 개발부터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로 석유·화학 사업의 밸류체인을 구축한 상태다. 올 반기 기준 석유화학 매출이 약 24조원(SK에너지), 배터리 매출(SK온)은 2조5000억원 수준일 정도로 아직 기반 사업 비중이 압도적이다. 주력 사업을 바탕으로 배터리라는 새로운 신산업 파이를 키워나가는 과정인 셈이다.

3분기 실적 암울...다만 지금이 바닥이다?

[마켓PRO] SK이노 물적분할 악몽 딛고 반등하나…"아무도 관심없을 때가 적기"
이미 한 달 전부터 여의도 증권사에선 물적분할 쇼크로 주가가 하락한 SK이노베이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을 때가 투자의 적기"라는 이유에서다. SK온의 흑자전환 시점이 지연되면서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지지부진하지만 배터리기업으로 SK이노베이션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3분기 실적 전망은 어둡다. KB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2.6% 하락한 5406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시장 컨센서스인 1조1000억원을 50% 넘게 밑도는 수치다. 분기말 유가가 하락했고, 정제마진이 둔화된 영향이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다만 E&P(자원개발)·윤활기유 부문 실적이 견조하고, 배터리 부문도 매출이 크게 확대되며 적자폭을 줄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SK온의 흑자전환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는 점,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석유화학 실적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점 등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 최근 목표주가를 하향한 증권사들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제마진 시황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민감하게 영향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은 SK이노베이션이지만 향후 기대감은 높은 상태다. 전 연구원은 "정유는 견조, 배터리는 이제 시작"이라며 "글로벌 정유 시황은 바닥을 쳤다고 판단된다"며 "배터리 부문의 경우 3분기부터 헝가리(2공장)·미국 (1공장) 가동률이 상승해 매출액 2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유가 반등과 배터리 적자 축소를 감안하면 3분기가 바닥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투자 시기를 장기간으로 놓고 주가가 바닥이라고 판단되는 시점에 매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금이 매력적인 구간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다면 당장 내년 실적도 크게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든든한 자회사를 품고 있는 만큼 시간을 준다면 큰 폭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 중 하나임엔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프로필(10월19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16만3500원
PER(12개월 포워드): 5.98배
평균 목표주가: 25만8000원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5조6567억원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