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정치권·유족 한 자리에…명예 회복 다짐
'74년 눈물 닦아주겠습니다' 여순사건 첫 정부 주최 추념식 개최
"여순사건(여수·순천 10·19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74년 눈물, 우리가 닦아줘야 합니다.

"
19일 전남 광양시에서 열린 여순사건 제74주기 합동 추념식에 참석한 정부 인사와 시장·군수, 정치권, 유족들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74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주최로 열린 추념식에는 정부 대표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김영록 전남지사, 여수·순천·광양·고흥·구례·보성 등 전남 6개 시·군 단체장과 부단체장, 지역 국회의원, 유족, 시민 5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그동안 지역별 추념식에 별도로 참석한 유족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여순사건 유족들은 하나로 뭉쳐 지난달 유족회 연합체인 '여순10·19항쟁전국유족총연합'을 출범시키고 희생자·유족 배·보상, 국가기념일 지정, 평화공원 건립 등 현안에 한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조화를 보냈고, 한 총리는 영상으로 추념사를 했다.

이 장관과 김 지사는 추념사를 통해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하고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을 약속했다.

행사는 광양시 전 지역에 울려 퍼진 사이렌에 맞춰 묵념으로 시작했다.

올해는 추념식 시작과 함께 여수·순천·광양시 전역에 1분간 묵념 사이렌이 울렸다.

참석자들과 유족·시민들은 사이렌에 맞춰 묵념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아픔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한 '여순10·19항쟁전국유족총연합' 이규종 상임대표는 희생자와 유족들의 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며 목이 멨다.

유족인 김명자 씨가 슬픔을 누르며 자신의 한 맺힌 사연을 낭독할 때는 장내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행사는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진혼무와 유족·시민들의 헌화·분향으로 막을 내렸다.

추념식에는 여순사건과 함께 현대사의 아픈 역사인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 관계자들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여순사건 유족과 5·18 단체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국가에 의한 폭력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고, 역사를 바로 세워 민주주의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함께 하겠다"는 연대 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74주년을 맞아 이달에는 여수·순천·광양시에서 위령제를 비롯해 공연, 사진전, 학술 행사, 포럼 등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린다.

여순사건은 정부수립 초기, 여수에서 주둔하던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이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한 데서 비롯됐다.

1948년 10월 19일부터 1955년 4월 1일까지 여수·순천 등 전남을 비롯해 전북, 경남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혼란과 무력 충돌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