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내 다시 만난 재현 역…"눈 떨림, 호흡 하나 신경 썼죠"
'욘더' 신하균 "말주변 없어서 배우 됐죠…연기로 소통합니다"
"응축된 감정을 최대한 절제해서 표현하는 게 새로운 도전이었었습니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캐릭터가 아니어서 호흡 하나, 눈 떨림 하나에도 신경 썼죠."
배우 신하균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에서 진한 감성 연기로 SF 장르에 가슴 먹먹한 멜로 감성을 입혔다.

18일 화상으로 만난 신하균은 "아주 미세한 부분들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고, 시청자들이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오게 만들기 위해 공들였다"고 말했다.

안락사법이 통과한 2032년 주인공 재현(신하균)은 심장암에 걸린 아내 차이후(한지민)를 고통에서 놓아주기 안락사를 선택한다.

재현은 아내를 잊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사랑하는 이에게서 잊히고 싶지 않았던 차이후는 죽은 뒤 남편에게 "이곳에 살고 있다"는 메일을 보내며 자신을 찾아와달라고 말한다.

'욘더'는 세상을 떠난 아내로부터 연락을 받은 남자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신하균은 "캐릭터보다 이야기에 끌렸다"며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고 회고했다.

"이준익 감독님이 '욘더'는 일인칭 심리극이라고 얘기해주셨는데, 주연으로서 절제된 감정 안에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나가는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
'욘더' 신하균 "말주변 없어서 배우 됐죠…연기로 소통합니다"
실제로 재현은 감정 표현의 폭이 넓지 않은 캐릭터다.

아내의 심장을 멈추게 할 약을 투여할 때도, 아내의 유골함을 땅에 묻고 돌아설 때도, 죽은 아내를 욘더에서 다시 마주했을 때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자칫하면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법한 인물이지만, 신하균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애틋하게 살려낸다.

그는 "연기는 늘 어렵지만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어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더욱 자주 들었다"고 털어놨다.

믿음이 흔들릴 때 도움이 됐던 건 이준익 감독이었다.

신하균은 촬영 당일 현장에서까지 대본에 여러 변화를 줘가며 이 감독과 함께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심했다고 한다.

극 중 안락사 준비위원회의 화상 관리, 감독에 따라 아내에게 약을 투여하고 떠나보내는 과정도 대본과 다르게 표현됐다.

신하균은 "원래는 둘 다 천장을 보며 침대에 누운 채로 이별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현장에서 감독님이 아내와 얼굴을 맞대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아내 위에 올라타서 얼굴을 맞대는 걸 감독님이 직접 시연해주셨는데 좀 이상했어요.

(웃음) 모두가 반대했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풀샷으로 볼 때는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지만 재현은 참관하는 위원회의 시선을 피해 혼자만 아내의 죽음을 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 같았어요.

막상 얼굴을 맞대고 촬영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
'욘더' 신하균 "말주변 없어서 배우 됐죠…연기로 소통합니다"
현장에서 이 감독은 연기 외에도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고 싶지 않은 개인의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한다.

신하균은 "개인적으로 저는 욘더로 떠나는 행위가 어느 정도 이기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욘더에 있다면 저도 재현처럼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찾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부모님이 건강하시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는 없지만 욘더에 간다면 제 강아지들을 한번 보고 싶네요.

욘더에서 만난다면 제게 달려와서 품에 안길 것 같아요.

공놀이를 좋아하고 잘했는데, 다시 만나면 공을 던져주고 싶어요.

"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한 그는 안전한 선택보다는 도전적인 작품 선택으로 맡은 배역마다 자기 색깔을 입혀왔다.

영화 '예의없는 것들', '박쥐'에서는 기괴한 캐릭터를 맡아 서늘한 긴장감을 조성했고, 영화 '지구를 지켜라', '바람 바람 바람', 시트콤 '유니콘'에서는 '병맛' 연기로 웃음을 안겼다.

연기를 잘한다는 의미에서 '하균신(神)', 쉬지 않고 다작을 해서 '소하균' 등의 별명도 얻었다.

'욘더' 신하균 "말주변 없어서 배우 됐죠…연기로 소통합니다"
독특한 인터뷰 스킬과 간결한 대답으로 '말 없는 배우, 인터뷰하기 힘든 배우'로 꼽히기도 하는데, 신하균은 "어릴 적부터 말주변이 없다 보니 말 잘하는 사람이 부러워서 연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이 써준 대사를 제 입으로 말하고, 남의 이야기를 제 몸으로 표현하며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게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라며 "그만큼 말하는 걸 어려워하지만, 작품을 통해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