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피눈물로 만든 법…창원지역과 특정 사업장 문제만이 아냐"
중대재해법 위헌심판신청에 "1호 재판서 법 좌초돼선 결코 안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사상 첫 기소돼 재판을 받는 두성산업 측이 최근 중대재해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한 것과 관련, 노동계가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경남운동본부는 18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4층 회의실에서 '두성산업 위헌법률심판신청 문제점과 영향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남지부 소속 임수진 변호사는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 신청 목적은 너무나도 명확하다"며 "중대재해법 조항의 다른 문제를 제쳐 두더라도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만큼은 필사적으로 막고자 하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피와 투쟁으로 어렵사리 제정·시행에 이른 중대재해법이 1호 공소제기 사건 재판에서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선언으로 좌초되는 일은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중대재해법 무력화 시도에 맞서 노동계, 법조계가 연대해 투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두성산업 측 법률대리인이 제시한 위헌 사유 중,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를 야기한 행위보다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더 죄질이 무겁다고 하며 중대재해법이 법정형을 지나치게 높게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한 점은 충격적"이라며 "산업현장의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기업이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라고도 꼬집었다.

중대재해법 위헌심판신청에 "1호 재판서 법 좌초돼선 결코 안돼"
김미숙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이 피눈물을 삼키며 더 이상의 산재사망사고를 막겠다고 단식까지 해가면서 만든 중대재해법"이라며 "생명을 살리고자 숭고한 생각으로 만든 법을 두고 두성산업은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한다니 너무나 기가 막힌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여러 나라의 (중대재해처벌 관련) 법을 봤는데 법안을 폭넓게 만들었다고 들었다"며 "우리나라만 유독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기업들의 어처구니없는 말장난"이라는 의견도 냈다.

그러면서 "이 법을 만들 때 많은 사람이 힘썼고, 힘쓴 만큼의 처벌법은 못됐지만, 이 법이라도 만들어서 많은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큰 뜻이 있었다"며 "기업들의 만행으로 힘을 잃지 않기 위해 합심해 법을 제대로 시행해나갈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권미정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전국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중대재해법이 어떤 방식으로든 위헌 가능성을 다투게 되는 법이라는 게 명확해지는 순간 검찰, 경찰, 노동부 누가 이 법을 근거로 수사하고 기소를 하겠는가"라며 "지금보다 더 수사와 기소가 안 될 테고, 그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중대재해법은 무력화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위헌심판신청에 "1호 재판서 법 좌초돼선 결코 안돼"
또 "그렇게 되는 순간 우리가 이 법을 통해 만들고 싶어했던, 죽음의 책임을 권한을 가진 자들에게 묻겠다고 했던 것이 무위로 돌아가고, 노동자 생명에 대해 400만원 벌금을 묻는 현실을 바꾸고자 했던 것이 고작 조금 올라 700만원 정도가 되는 선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사무처장은 "지금은 재판부와 정부에 그들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물어야 한다"며 두성산업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창원지역과 특정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문제로 다룰 것을 촉구했다.

그는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전국적 공동행동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오늘 토론 이후 구체적 추진계획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