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화시설 부족에 하역 지연…경기둔화·날씨 등에 가스 수요도 감소"
유럽 대체에너지 절실하지만…스페인 앞바다엔 LNG선 둥둥
러시아산 가스가 끊긴 탓에 유럽이 올 겨울 에너지난을 걱정하며 대체 에너지 찾기에 혈안이 돼 있지만, 정작 스페인 앞바다와 지중해에는 수십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하역할 곳을 찾지 못해 배회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LNG 터미널 관계자와 거래업자 등은 현재 스페인 연안과 지중해를 떠돌고 있는 LNG 운반선이 35척이 넘는다고 전했다.

스페인 남서부 항구 도시 카디스 만에만 운반선 8척이 정박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NG 운반선들이 이처럼 떠돌고 있는 까닭은 배에 실린 LNG를 내려놓을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금주 재기화 터미널에서 제공할 수 있는 하역 공간은 단 6곳뿐으로, 이는 현재 배회 중인 선박의 5분의 1도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스페인 국영 에너지기업 에나가스(Enagas)는 이날 밤늦게 비상 상황을 공지하는 성명을 내고 액화천연가스를 다시 기체로 만드는 재기화 터미널의 과부하로 인해 LNG 하역을 거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에나가스는 스페인 재기화 플랜트가 현재 전면 가동되고 있어 추가 하역의 여력이 제한돼 있으며, 이런 현상은 내달 첫 주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들 주변에도 LNG를 싣고 정박 중인 배들이 있어 하역을 기다리는 운반선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전했다.

LGN 선사인 '플렉스 LNG 매니지먼트'의 오이슈타인 칼레클레브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LNG운반선의 보유저장량은 250만t을 약간 상회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말했다.

재기화 시설의 부족과 이런 시설을 갖춘 나라들과 다른 유럽 시장들을 연결하는 가스관의 부족은 해상에 있는 이 LNG가 당분간 에너지로 쓰일 수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로이터는 해설했다.

LNG 하역의 병목현상에는 유럽 경기 둔화,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가스 수요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데이터 정보업체인 ICIS의 알렉스 프롤리 애널리스트는 겨울철이 다가오고, 난방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 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일부 LNG 운반선들은 좀 더 비싼 값에 LNG를 팔기 위해 하역을 미루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말이나 12월 초 LNG 화물 인도분은 ㎜Btu(열량 단위)당 현재보다 2달러가량 비싸다.

한편, 스페인은 전체 LNG 재기화의 33%, LNG 저장 용량의 44%를 차지하는 등 유럽연합(EU) 최대 재기화 용량을 갖추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