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 겨냥? 김기현 "여성 군사기본교육 의무화"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17일 여성의 군사기본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다. 논쟁적 사안을 쟁점화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을 자극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의 군사기본교육 의무화 추진!’이라는 짧은 글(사진)을 게시했다.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자강의 시작!”이라는 말 외에 다른 설명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공약을 올렸던 방식과 비슷하다.

김 의원은 당권주자 사이에서 당원 지지도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게 약점으로 꼽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메시지 수위를 높이며 선명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이번엔 논쟁적인 사안을 끌어들여 국민의힘 주요 지지세력으로 떠오른 이대남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가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이후 국민의힘은 지지율 확대 등을 위한 수단으로 이대남을 공략해왔다.

국민의힘 당원 지형은 지난해 대선을 거치며 크게 달라졌다.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책임당원 수는 약 57만 명이었다. 이 중 약 40%(23만 명)가 이 전 대표 체제에서 새로 유입된 책임당원이다. 신규 당원의 절반 가까이가 ‘2040세대’, 80%가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주장이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온 ‘성별 갈라치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성 군사기본교육 의무화 주장에 대해 “안티페미니즘에 편승한 정치 구호”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어 “군사기본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병역에 투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김 의원의 주장은) 병역을 놓고 남녀 기계적 평등이면 해결된다는 논리가 깔려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여성들을 군대에 입대시켜 사격 훈련을 하자는 취지가 아니다”며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등으로 전쟁 환경이 급변하고, 남성 병력이 감소하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전쟁이 발생했을 때 여성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 이후 여성 군사기본교육 의무화를 담은 법안도 발의할 계획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