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백서상 9·19 합의 후 북측 침투·국지도발 1건 그쳐…2000년대 200여건서 줄어 9·19 합의 위반 사례, 많게 잡아도 5건…국방부가 인정한 경우만 따지면 3건
북한이 지난 14일 남북이 합의한 해상 완충지역을 겨냥해 포를 쏘면서 일각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도균 예비역 중장은 이에 앞서 1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9·19 군사합의 체결 이후 남북 간 지상, 해상, 공중 접경 지역에서 어떠한 군사적 충돌, 또는 갈등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것은 9·19 군사합의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중요한 합의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문재인 정부 시기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정식 명칭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다.
접경 지역에서 남북 간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완충 구역을 설정하고, 이 구역에서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김 전 중장은 9·19 군사합의 체결의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로,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관을 맡았다.
그렇다면 김 전 중장의 말처럼 9·19 군사합의 체결 이후 접경 지역에서는 단 한 건의 군사적 충돌이나 갈등도 없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9·19 합의 후 접경 지역에서 군사 충돌이 한 건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방부가 발행하는 국방백서 최신호인 2020년판에 정리된 '북한의 대남 침투ㆍ국지도발 일지'에 따르면 9·19 합의의 효력이 발생한 2018년 9월 19일 이후 2020년 11월 30일까지 북한의 침투나 국지도발은 총 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5월 3일 발생한 철원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이다.
북한군은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의 한국군 GP에 총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우리 GP 관측소 외벽에서 4발의 탄착이 발견됐고 이후 우리 군은 북한군 GP를 향해 대응 사격했다.
당시 국방부는 명백한 9·19 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총격의 의도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국방백서는 이 사건을 '침투'와 '국지도발' 중 '국지도발' 유형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국방백서상 수치는 매우 보수적으로 집계된 것이다.
이 통계는 북한의 총탄이나 포, 군인 등이 군사분계선을 직접적으로 넘어온 도발만 집계하기 때문에 접경 지역 내 모든 군사적 위협을 포괄하진 않고 있다.
국방부 문홍식 부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방백서에서 명시한 '국지도발'은 아측에 직접적 위해를 가한 경우만 포함하기에 완충구역을 설정한 9·19 군사합의보다는 소극적으로 집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대변인은 "국지도발은 무력을 동원해서 총격을 가하거나 포를 쏜 것을 지칭하고, 침투는 인원이 (군사분계선을) 직접 넘어온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9·19 군사합의에 규정된 접경 지역 내에서의 군사적 갈등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사건은 더 있다.
9·19 합의에 따라 남북은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데다 남북 접경 지역에서 육·해·공군의 군사훈련·연습까지 중지하기로 해 더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군사연습 금지 구역에 관해서는 규정이 명확하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비행금지구역,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 금지구역, 완충수역을 설정했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 기준 5㎞ 안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이 전면 금지다.
명백하게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사건은 2019년 11월 황해도 창린도 방어부대의 해안포 사격이다.
연평도 포격전 9주기에 북한 창린도 방어부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해안포를 발사한 사건이다.
9·19 합의에 따르면 해상에서는 황해도 초도 이남까지의 북측 수역에서 포 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게 돼 있는데, 초도 이남의 '해양 적대행위 금지구역'에 드는 창린도에서 해안포를 쏜 것이다.
창린도 사격은 9·19 합의에서 설정한 완충구역 내에서 포 사격이 이뤄지긴 했지만, 포가 군사분계선을 넘지는 않았기에 국방백서에 기록되지는 않았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9·19 합의 위반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진 사건은 더 있다.
올해 3월 북한이 방사포를 발사했을 때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명확한 합의 위반"이라고 말했지만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은 완충수역 내 포격이 아니기에 합의 위반이 아니라며 정면 반박한 바 있다.
또 올해 6월 북한의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때 우리 군은 '개성공단은 군사합의에서 규정한 접경 지역 안에 있지 않기 때문에 9·19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다'란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김 전 중장의 발언 이후인 14일 벌어진 북한의 포병 사격에 대해 합참은 "동·서해 해상 완충구역 내 포병사격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날 포격의 낙탄 지점은 9·19 군사합의에서 규정한 북방 동·서해 완충구역 내이며, 우리 영해에서 관측되진 않았다.
정리해보면 직접적으로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사안이 아니라 완충구역을 침범한 경우로 도발의 범위를 확장해도 접경 지역 내 군사적 충돌이나 갈등 상황으로 볼 수 있는 사건은 많게 잡아도 5건 정도다.
국방부가 합의 위반으로 인정한 경우로만 좁히면 3건이었다.
국방부가 집계한 침투·국지도발 현황의 수치상으로 봐도 9·19 합의 후 북한의 군사 도발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2000년대 있었던 침투 및 국지 도발은 241건, 2010년부터 2017년까지는 264건이었다.
그러나 9·19 합의가 이뤄진 2018년 이후 2020년까지는 단 1건에 그쳤다.
반면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고 핵실험 재개 징후를 보이는 상황에서 합의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회의적인 여론도 일각에선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