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월드컵·2023 아시안컵·2024 U-23 아시안컵 연이어 카타르 개최
아시안컵 축구도 카타르서…'오일머니' 앞에 균형 발전은 뒷전
카타르가 결국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개최권까지 가져갔다.

AFC는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2023 아시안컵 개최지로 카타르를 선정했다.

이번 대회는 우리나라와 카타르, 인도네시아가 유치 경쟁을 벌였다.

카타르는 오는 11월 개막하는 2022 국제축구연맹(AFC) 월드컵을 시작으로 내년 아시안컵, 그리고 2024년 23세 이하(U-23) 아시안컵까지 연달아 개최하게 됐다.

카타르에서 AFC 아시안컵이 열리기는 2011년 이후 12년 만이자 1988년을 포함한 통산 세 번째다.

2023년 아시안컵은 애초 중국에서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여파로 중국이 개최권을 반납하면서 새로운 개최국을 선정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도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1960년 제2회 대회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개최한 뒤 63년 만에 다시 안방에서 치르고자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아시아 축구의 균형 발전 등 명분이나 당위성 면에서는 카타르보다는 한국이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다.

아시안컵은 보통 동아시아와 서아시아에서 번갈아 가며 개최됐다.

2007년 대회는 동남아시아 4개국이 공동개최했고, 2011년은 카타르, 2015년은 호주, 2019년은 아랍에미리트(UAE)가 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개최하려 했던 대회를 카타르에서 치르게 되면서 서아시아 국가에서 연달아 대회가 열리게 됐다.

이날 또 AFC 집행위원회에서는 2027년 아시안컵 개최지로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최종 후보에 올려놓았다.

아시안컵 축구도 카타르서…'오일머니' 앞에 균형 발전은 뒷전
최종 결정은 내년 2월 AFC 총회에서 할 예정인데 이미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아시안컵이 3회 연속 서아시아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카타르는 올해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구축한 경기장과 최신 인프라를 그대로 아시안컵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지 기온 때문에 보통 대회가 열리는 6∼7월이 아닌 2024년 1∼2월로 개최 시기를 조정해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예선을 겸해 2024년 초 치르게 될 AFC U-23 아시안컵과 개최 시기가 겹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카타르에 아시안컵 개최권까지 준 것은 AFC가 명분보다는 당장 눈앞의 실리를 취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 유치 신청을 하면서 참가국 초청 경비를 포함해 AFC에 막대한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도 정부의 보장 아래 참가국에 어느 정도의 지원을 AFC에 제시했지만, 카타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AFC 내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중심의 동아시아에서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오일머니'를 앞세워 영향력을 키워온 서아시아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간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2023-2024시즌부터 아시아 클럽대항전인 AFC 챔피언스리그를 '춘추제'(봄부터 가을까지)에서 '추춘제'(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로 변경하고, 외국인 선수 수를 확대하기로 한 것 등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서아시아 국가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축구도 카타르서…'오일머니' 앞에 균형 발전은 뒷전
축구뿐만이 아니다.

카타르는 2030년 하계아시안게임 유치에도 성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지난해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퓰러 1(F1)을 제다에서 열었고, 올해 6월에는 사우디 국부펀드의 지원으로 미국프로골프(PGA)의 대항마 격인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를 출범시켜 PGA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 서부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 네옴시티가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막의 나라' 사우디에서 아시아 최대 겨울스포츠의 축제가 열리게 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우디는 이집트, 그리스와 함께 2030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공동 개최를 희망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서아시아 국가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세계 스포츠계에 지배력을 더욱 넓혀왔다.

재정적 어려움에다 국가 봉쇄 등으로 대회 개최 장소를 찾기도 어려워진 경기 단체들은 이들의 덕을 톡톡히 봤다.

AFC 챔피언스리그의 경우 2020년 2월 코로나19 탓에 중단됐던 대회가 그해 11월 카타르에 모여 집중적으로 치르는 방식으로 재개돼 힘겹게 시즌 완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회 결승은 사우디에서 열렸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스포츠계에서 서아시아로의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