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시공단 "늦었지만 다행"…공사비 증액돼 1인 추가 1억8천만원 분담 일반분양가 책정액 관건…시장침체로 입주권 6억원 넘게 하락한 상황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 공사가 중단 6개월 만에 17일 재개됐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이날 오전 서울 둔촌초 인근 견본주택 앞에서 재착공식을 열었다.
행사장으로 가는 길목의 아파트 공사 현장 건물 외벽에는 그간 걸려있던 '유치권 행사 중' 현수막 대신 '다시 시작합니다!' 문구가 적힌 시공사업단의 안내문이 큼지막하게 내걸렸다.
공사 재개만 바라왔던 조합원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종종걸음으로 하나둘 모였다.
쌀쌀한 날씨에 몸은 움츠렸지만 표정만큼은 밝았다.
시공단 측이 준비해 둔 자리 300석은 시작시간이 가까워지자 조합원과 시공사업단, 강동구청 관계자 등으로 금세 채워졌다.
기념사와 축사, 테이프 컷팅, 케이크 컷팅 등으로 30여 분간 재착공식이 진행되는 동안 조합원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을 찍는 등 공사 재개의 기쁨을 함께했다.
지난 15일 총회에서 새롭게 선출된 박승환 조합장은 "둔촌 현장이 중단돼 국민적 걱정을 끼치는 상태까지 이르렀지만 오늘 이렇게 공사가 재개돼 일반분양을 기다리는 시민들과 특히 조합원의 큰 걱정을 덜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박 조합장은 "조합은 과거 시공단과 있던 여러 일은 잊고 앞으로 서로 상생하고 협력해 훌륭한 사업 파트너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강동구에서도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차질 없이 더 안전하고 튼튼하게,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공사가 재개돼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영애(61)씨는 "지난 6개월이 하루하루 피 말리는 지옥 같았다"며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인데 이토록 오래 공사가 중단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토로했다.
고씨는 "지난주 토요일 총회에서 공사재개 결정이 난 뒤 처음으로 다리를 쭉 펴고 잤다"며 "이제는 부실 공사 없이 최대한 빠르게 공사가 진행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허기순 씨도 "조합원들이 한마음 한뜻이 돼 공사가 재개될 수 있었다"며 "이제는 분양까지 쭉쭉 일사천리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중단으로 불어난 공사비 때문에 늘어난 추가 분담금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종호(76)씨는 "공사재개는 기쁘지만 앞으로도 난관이 많다"며 "그간 공사 자재비도 많이 오르고 공사 중단 때문에 발생한 손해를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손씨는 "공사중단 때문에 조합원들이 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이 아직 결정은 안 됐지만, 주변에서는 벌써 분담금이 너무 늘어나면 집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조합은 임시총회를 열고 공사 중단 사태를 반영해 공사 도급 금액을 기존 3조2천292억여원에서 4조3천677억여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변경하고, 공사 기간도 실 착공일인 2020년 2월 15일부터 42개월 이내에서 공사 중단 기간을 포함해 58.5개월 이내로 바꾸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다만 이는 한국부동산원 검증 결과에 따라 2차 공사 도급변경계약 때 최종 조정된다.
일반분양가가 3.3㎡당 3천200만원으로 책정된다고 가정할 때, 조합원 1인당 추가 부담해야 할 공사비는 약 1억8천만원에 달한다.
그럴 경우 분담금 총액이 4억원 넘는 조합원이 나올 수도 있다.
조합은 현재 3.3㎡당 분양가 3천700만원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단 관계자는 "일반분양가가 3.3㎡당 4천만원 수준에 형성되면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추가 분담금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공사가 중단됐던 6개월간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거래가 실종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것도 일반분양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의 입주권 가격은 1년 새 큰 폭 하락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전용면적 84㎡ 입주권은 17억3천900만원에 팔렸다.
작년 10월 23억7천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할 때 6억원 넘게 하락한 것이다.
둔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최근 14억원, 15억원 급매물이 팔렸다"며 "작년 말에는 같은 면적이 22억∼23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입주권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공사가 중단됐던 동안 부동산 경기가 나빠졌고 입주권 가격도 상당히 내려간 점을 생각하면 둔촌주공 일반분양도 미분양이 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다만 다른 아파트와 달리 둔촌주공은 1만2천세대 소도시급으로 조성되는 이점이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5천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천3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이전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이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다가 공정률 52%인 공사가 지난 4월 15일 0시부로 전면 중단됐었다.
조합은 이달 19일 강동구청에 일반분양가 심의 신청을 하고, 이달 11월 중으로 일반분양가를 확정해 내년 1월에는 일반분양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