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착시현상일 수도"
국회입법조사처가 "현재 우리가 누리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는 착시현상으로도 보인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7일 '반도체 산업 경쟁력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① 글로벌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주요 이슈의 이해' 보고서를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과 성장성이 큰 시스템 반도 체 분야, 10nm 이하 미세공정 구현에 필요한 IP 라이선스와 팹리스 분야는 여전히 세계 변방 수준에 머무 르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글로벌 수준에서 반도체 가치사슬(Global Semi -conductor Value Chain)이 흔들렸다"며 "일본의 3대 품목 수출규제와 코로나19 확산이 그것을 표면화 시켰 으나 내실 우방, 동맹국을 넘어선 기술패권 경쟁으로 확대·전개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격화일로에 있는 미국-중국 간 무역 분쟁도 실상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유통·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친 첨단기술 확보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제 우리는 지정학적 관점에서는 설명이 어려운 바야흐로 기정학 시대를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기정학은 기술력의 상대적 우위가 국제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안보 등에서 국가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진보를 거듭하는 반도체 기술혁신은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하며 슈퍼사이클(Super cycle)을 이끌어 왔지만 최근 들어 그 사이클의 소멸이 빨라지고 있다"며 "게다가 최근의 글로벌 금리 인상(Rate hike) 기조가 반도체 분야 투자 위축으로 작용해 향후 산업 전망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런 와중에 지난 8월 9일 미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 그리고 미국 주도의 이른바 ‘칩(Chip)4 협의체’ 동참 요구가 우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중국 견제라는 당초 목적을 넘어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는 미중 경쟁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기술외교적 대응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수준을 높여 세계 수준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그것이 단기 처방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과감한 실행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